5.18 민주묘지/구묘지 참배 후 내가 세운 두 번째 계획은 점심식사였는데, 장소가 꽤 멀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도 최단거리를 찾아서 다시 518번 버스를 타고 장등입구에서 내린 뒤, 거기서 가까운 버스 공영 차고지가 있는 장등동 정류장에서 두암81번 버스를 탔다. 하지만 이 버스 기다리는 시간 부터 하염없이 흘러갔고, 결국 목적지가 있는 지산유원지입구 정류장에 닿은 것은 이미 점심 시간대에서도 좀 벗어난 오후 1시 37분이었다.
어쨌든 내렸으니 여기서 멀지 않은 목적지를 찾아가면 되었다.
시에서도 좀 변두리에 있는 지역이었는데, 산행 후 보리밥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은 지 이렇게 보리밥 거리로 특화시켜놓고 있었다.
여러 식당 중 내가 택한 곳은 진한 주황색 간판의 저 집이었다.
다만 간판은 저렇게 세워져 있었는 데도 뭔가 식당이라고 하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식당이 맞기는 맞았다.
여름에는 이렇게 슬레이트 지붕을 댄 야외에서 먹는 것이 보통이고, 겨울에는 가정집 마당과 안방을 개조한 실내에서 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여름이었으니 밖에서 먹는 걸로 했다.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치고 채소류를 다듬는 등 모든 작업은 모두 밖에서 하고 있었는데, 겨울에도 이렇게 하는 지는 모르겠다.
물론 메뉴는 보리밥 뿐이라, 사람 수만 말하면 자동적으로 이렇게 커다란 한 상이 차려진다.
이제 보리가 쌀보다 귀해진 탓에, 여기서도 꽁보리밥은 아니었고 쌀을 섞어서 지은 것이 나왔다.
그리고 특이하게 상추쌈 같은 것이 아닌 열무 이파리 씻은 것이 쌈채소로 올라왔다. 열무김치도 그리 즐겨먹지 않는 데, 생으로 쌈을 싸먹는다?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일단 여러 나물 종류 중 애호박나물과 가지나물을 빼고 모두 보리밥 위에 올렸다.
그리고 박카스 한 병...이 아니라 박카스병에 담은 들기름과 고추장을 적당히 넣고,
마구 비벼서 먹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박카스병 짤방 옆에 세 가지 장류가 담긴 종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쌈장과 고추장이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멸치젓이 같이 나온 것이 이채로웠다. (박카스병 왼쪽의 것이 멸치젓 종지)
멸치젓은 이렇게 열무잎에 싸서 먹었다. 푸성귀 위주의 식단이었지만 맛은 모두 좋은 편이었는데, 아침을 거르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돌아다닌 탓인지 예상 외로 식욕이 그렇게 왕성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보리밥과 부드러운 맛의 된장찌개는 비워냈지만, 쌈채소는 상당히 많이 남기고 말았다.
역시 아침을 뭐라도 먹었다면 정상적인 리듬으로 진행되었을 일정이었을 텐데, 너무 무리하게 짠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쉬웠다. 다만 4일 주기로 예약해 저장한 이 글이 포스팅될 즈음 나는 또 광주에 내려가 있을 예정이니,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는 가능한한 더 깔끔하게 해치우고 오고 싶다.
이렇게 늦은 아점을 때우고 난 뒤, 곧바로 아름다운 가게 광주용봉 헌책방을 찾아갔다. 방문 목적은 알라딘 중고책방과 마찬가지로 혹시 있을 지 모를 광주시향을 비롯한 이 지역 관현악단의 중고음반이었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그러고 나니 거의 5시가 다되어 갔는데, 일단 폰카 용량이 많이 후달렸던 관계로 이 날 두 번째이자 마지막 끼니를 때울 예정이었던 남광주시장 쪽으로 우선 이동한 뒤 그 곳 근처의 PC방을 찾아가 사진들을 변환해 외장하드에 옮겨넣는 작업을 했다. PC방에서 시간을 때운 뒤 나와보니 밤 7시 반 가까이 되었는데, 바로 시장에 있는 국밥 골목으로 향했다.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