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상황이 영 좋지 않아 요즘은 외식은 커녕 외출도 일하러 갈 때 빼면 많이 자제하고 있어서, 딱히 식충잡설 카테고리에 쓸 포스팅도 없다. 다만 이런저런 재방문 건도 있었고, 또 구내식당 같은 데서 먹었을 때 찍은 것들도 있으니 좀 정리해두고 싶어서 끄적였다.
동대문도서관 근처에서 알바 뛰었을 때 도서관 지하 구내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돈까스. 이 도서관은 어디 있는 지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들어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돈까스 크기가 작아보여서 좀 아쉬웠지만, 대신 두께가 꽤 두꺼워서 그리 손해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양배추채 외에 방울토마토도 세 개 같이 딸려 나왔고, 또 다 먹고 입가심하라고 딸기잼 발라 겹친 식빵 조각까지 나온 게 인상적이었다.
같은 도서관 구내식당의 김치볶음밥. 이것도 꽤 괜찮았다. 겉보기에는 많이 적어 보이지만, 그릇이 길쭉해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햄을 같이 넣어 볶은 것이었고, 달걀프라이에 잘게 썬 김까지 구색도 다 갖춘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 번 까먹었다가 이번에는 꼭 찍고 오겠다고 네 번째로 찾아갔을 때 폰카로 마구 박아댄 카페 사마르칸트 메뉴판. 화질은 개판이지만 일단 가격과 메뉴 이름은 어느 정도 보이니 개인적인 보관 차원에서 따로 보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이번에 내가 주문한 건 라그만. 겉보기에는 고기와 야채로 만든 되직한 수프 혹은 스튜로 보이지만,
휘저어 보면 이렇게 국수가 들어 있다. 면발 굵기는 흔히 먹는 분식집 우동의 절반 정도? 이것도 쁠로프처럼 엄청 기름질 것 같아 보였지만, 먹어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더 깔끔한 맛이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쁠로프까지 같이 주문해서 먹고 싶었지만 너무 게걸스러워 보일 까봐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동행한 지인 분은 참 운없게도 또 주문하려던 메뉴가 재료 부족으로 안된다고 해서 다른 걸로 바꿔야 했다. 메뉴판에는 불고기&밥이라고 된 걸로 기억난다.
물론 저렇게만 먹은 건 아니었고, 현지 식으로 빵을 곁들여 먹었다. 보로딘스키(좀 더 현지어에 가까운 발음으로는 바라진스키)라는 상표의 호밀빵인데, 이미 예전에도 먹어본 바 있었고 독일에서도 좀 다르기는 했지만 호밀로 구운 빵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나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다만 동행한 지인의 입에 맞을 지 좀 걱정을 했는데, 딱히 이상하다는 반응은 없었다.
요즘 개인적으로 편의점 군것질거리의 다크 호스로 취급하고 있는 미니스톱의 소프트 크림. 1000원이라는 가격에 꽤 많이 주는데, 양도 양이지만 맛도 시판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진해서 가끔 나가면 없는 돈 꺼내다가 처묵하고 있다. 다만 소프트 크림인 만큼 꽤 빨리 녹으니 여유롭게 먹다가는 물로 변해서 질질 흘러내린다.
남산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먹은 카레라이스. 가격이 3000원 대로 저렴한데, 그 이유는 짤방에서 고기 대신 시판품 햄이 들어간 것에서 충분히 설명된다. 쌈마이하다면 쌈마이하겠지만, 어차피 뭐가 들어가든 카레가 갑자기 먹고 싶어서 주문한 거였고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평소 단골로 찾아가는 필윤그룹 공연이 있었을 때 주문한 후하르덴(호가든) 맥주. 애석하게도 내 입에 그나마 맞는 외국 맥주가 저것 밖에 없어서 갈 때마다 늘상 저걸 마시고 있다.
벨기에식 밀맥주를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맛이 독일식 밀맥주보다 더 밋밋하게 느껴진다. 벨기에 원산 후하르덴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한국 라이선스 생산 중인 오비에서 제조 기술이 딸리는지 원재료 배합 비율을 무시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오랜만에 지인 분을 회현지하상가로 초대해(???) 지름신을 소환한 뒤, 근처의 명동 향미에서 얻어먹은 중식돈까스. 이것도 그 새 가격이 7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치킨까스보다 더 적은 양은 그대로. 어차피 딱히 미친듯이 배고픈 건 아니었고, 일부러 저게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
그리고 지인에게 권한 중식치킨까스. 이것도 다소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신경쓰일 수 있다고 미리 얘기했지만,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조금만 더 일찍 갔다면 이 집의 또 다른 개성적인 메뉴인 대만 스타일 우육탕면의 점심 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었겠지만, 어차피 늦은 건 늦은 거라 다음 기회로 미뤘다.
마지막으로 7월 서코 방문 뒤 오랜만에 찾아간 흑석시장 돈까스뷔페의 처묵짤. 다만 이번에는 뷔페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많이 먹기 보다는 저것 만으로 만족했다. 사실 전날에 매운 걸 먹으면 열에 아홉은 폭풍설사로 끝난다는 걸 뻔히 알면서 메밀비빔면을 먹었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서 꽤 고생했기 때문에 많이 먹고 싶어도 후환이 두려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왠지 돈까스가 적어 보이지만, 밥이 절반은 덮고 있어서 그렇다.
수프는 좀 묽었는데, 예전처럼 그냥 밋밋한 크림 수프가 아니라 잘게 썬 버섯이 든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물론 돈까스는 지나치게 얄팍하지 않아 고기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떡갈비도 따로 소스가 필요하지 않은 간간함과 두툼함은 여전해서, 설사로 잃었던 식욕을 다시 찾기에 손색이 없었다.
일단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하나 잡아 하고 있으니 다음 달에 돈이 들어와 여유가 생긴다면 미뤄뒀던 곳도 몇 곳 가보려고 한다. 물론 그 일을 제대로 하고 또 일의 댓가를 제대로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식탐은 참으로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