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장 자주 방문한 도시는 광주였는데, 사실 대구도 예전에 몇 차례 가보기는 했지만 요 근래 몇 년 동안은 가볼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참 오랜만에 재방문 계기가 만들어졌는데, 대구시민회관이 개축을 거쳐 전문 콘서트홀로 재개관하면서 개최한 아시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 그것이었다.
저 음악제의 마지막 공연은 울산시향이 맡았는데, 공연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 비공개 카페에 자세히 쓴 것도 있고 해서 여기서 동어반복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음악 쪽에 글을 너무 몰아쓰다 보니 식충 쪽이 좀 천대받는(??) 것 같아 일단 블로그에는 이 쪽 중심으로 끄적이려고 한다.
한국인들이 갖는 편견 중 하나가 '경상도 음식은 특색이 없다' 인 것 같다. 물론 부산과 통영에서 경험한 식도락은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는 좋은 예시가 되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대구에서 뭘 아주 인상적으로 먹었냐고 물어본다면 확답하기가 뭣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거기서 이런 걸 먹었다고 하면 '딴 데서도 다 먹을 수 있는 건데?' 라고 즉시 태클이 걸릴 것 같다.
물론 한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걸 왜 타지에서 먹는 지 이해가 안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갈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괜히 특색만 찾다가 자기 입에 도저히 맞지 않아 억지로 상을 물리거나 하는 비극(?)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니까.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닿자마자 동대구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찾아간 곳은 중앙로역 인근의 한 중국집이었다. 야끼우동(또는 야끼짬뽕) 먹으러 간거겠지 하고 생각했다면 거기서부터 빗나간 예상인데, 일단 찾아간 곳은 여기였다.
만두, 정확히 중국식 만두에 대한 내 호기심과 선호도는 이미 포스팅했던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엿볼 수 있는데, 바로 거기서 했던 것과 똑같은 형태의 모험을 여기서 감행했다.
만두를 전문으로 한다는 화상 중국집답게 가게 앞의 음식 모형도 만두가 중심이었다. 물론 그것만 먹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처음 먹은 건 만두 맞다.
안으로 들어가 탁자에 앉은 뒤 탁자의 유리 밑에 깔아놓은 메뉴들을 우선 봤다. 물론 서울에서 이미 결정하고 왔기 때문에 답정너이기는 했지만, 뭔가 특이한 표기들이 눈에 띄었다. 교스는 흔히 교자라고 불리는 만두를 뜻하는 단어고, 군만두는 꾼만두라고 해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아마 경북권에서는 이게 보편적인 표현 같았는데, 중국집 외에 일반 분식집 등에서도 군만두를 꾼만두라고 표기한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물론 중국집 답게 다른 면류나 밥류, 요리류 등도 있었지만, 이건 다음을 기약하고 고기만두와 찐교스를 주문했다. 좀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이걸 먹으려고 서울에서 일부러 아침을 적게 먹고 고속도로 휴게소 먹거리에도 전혀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장 용량과 식욕은 충분했다.
그냥 평범한 중국집 세팅. 다만 중앙에 길쭉하게 놓인 어항은 좀 이색적이었는데, 그 쪽에 사람들이 많이 앉은 탓에 감히 폰카를 들이대지는 못했다.
먼저 전형적인 중국집 스타일 밑반찬+차와 함께 고기만두부터 나왔다.
큼직한 포자(바오쯔) 스타일의 만두가 다섯 개 나왔는데, 겉모양부터 상당히 압도적이었다. 물론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다 못먹을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미리 만들어 둔 초간장에 찍어 우적우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사람에 따라 생강향이 좀 강하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딱히 무슨 맛이 튄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두부나 당면을 쓰지 않고 다진 고기와 파, 마늘, 부추 같은 채소로만 승부하는 전형적인 중국식 만두였는데, 포자만두 답게 피도 두꺼워서 확실히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만했다.
그리고 고기만두를 열심히 먹고 있을 때 나온 찐교스. 상대적으로 양이 적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이건 이것 대로 물론 시킨 이유가 있었다.
피가 훨씬 얇으니 속의 맛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것 때문인데, 고기만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육즙도 약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인천 원보나 부산 신발원 만큼 육즙이 흐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대구에서도 중국식 만두를 먹어볼 만한 곳이 있다는 증거처럼 여겨졌다.
물론 고기만두와 찐교스 둘 다 완전히 먹어치웠다. 배가 꽤 부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화를 시키기 위해 잠시 중앙로 일대를 걸어다녔는데, 명동 같은 서울의 번화가보다 여기가 더 크고 넓은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길을 잘못 들면 초행길인 사람은 다소 헤맬 수 있는데, 나도 잠깐 그랬다.
그렇게 다시 중앙로역을 찾기 위해 걷다가 본 풍경. 대구 하면 일단 정치적으로 꽤 보수적인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곳에서도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리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물론 시위 인원이나 규모는 좀 적고 작은 편이었는데, 어떻게 끝났는 지는 끝까지 보지 못해서 알 수는 없었다.
배가 좀 꺼진 느낌이 들자 다시 중앙로역 쪽으로 가서 경북대 북문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거기도 역시 지방색이 강한 곳은 아니었지만, 중년 남자가 혼자 시도할 만한 곳도 아니었고 실제로도 처음 경험한 곳이라 기억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