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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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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만 따져보면 19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도쿄 필에는 좀 뒤지지만, 지명도나 기타 여러 제반 사항을 생각해 봤을 때 일본에서 국내외에 가장 자랑하고 다니는 관현악단이 바로 일본 히키코모리방송 협회(이하 NHK) 교향악단이다. (낚이신 분들께는 ㅈㅅ. 이하 N향으로 축약함)

N향은 1926년 10월에 '신교향악단' 이란 이름으로 창단됐는데, 초대 상임 지휘자는 고노에 히데마로였다. (참고로 형이 34/38/39대 일본 수상을 역임했던 고노에 후미마로임. 흠많무) 하지만 서양 음악 전문 악단이었던 만큼 외국인 지휘자를 데려와서 트레이닝 시켜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요제프 쾨니히와 니콜라이 시퍼블라트 두 사람을 차례로 데려와 공동 상임 지휘자로 앉혀놓기도 했다.

고노에 같은 경우에는 꽤 혁신적인 기록들을 N향과 세운 바 있는데, 1930년에 일본 파를로폰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 4번 전곡 녹음을 취입했던 것이 특히 유명하다. 물론 말러 교향곡은 그 전에도 어쿠스틱 녹음 시대에 오스카 프리트 같은 용자가 2번을 취입하기도 했지만, 저 녹음은 전기 녹음기술 도입 후 최초로 녹음된 말러 교향곡이라는 점에서 꽤 역사적인 물건이라고 할 수 있고.

초창기부터 외국인 활용도가 높았던 만큼 그 뒤로도 수시로 외국 유명 지휘자를 데려와서 각종 직책에 앉혔는데, 폴란드 출신의 미국 지휘자인 조셉 로젠스톡도 그렇게 해서 일본에 온 케이스였다. 로젠스톡이 일할 당시에는 이름도 '일본 교향악단' 으로 바뀌었는데, 그 당시 악장은 구로야나기 모리츠나라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모리츠나는 '창가의 토토' 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구로야나기 데츠코의 아버지였는데, 그래서 해당 책을 보면 로젠스톡과 일본 교향악단의 연습 장면을 회상하는 대목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로젠스톡은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유대인 지휘자라는 이유로 연주회 출연에 점차 제약을 받게 되었고, 1944년에는 아예 활동 금지까지 당했다. 결국 패전 때까지 악단을 지휘할 수 있었던 이들은 야마다 가즈오와 오타카 히사타다, 다카다 신이치 세 일본 지휘자들 뿐이었다.

일향은 패전 후에 재정난이 극에 달해 해체 직전까지 갔으나, 1951년 8월에 NHK가 악단에 전면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름을 아예 지금의 N향으로 바꾸고 방송국에 흡수되었다. (물론 그 전인 '일본 교향악단' 시절에도 NHK 전신인 라디오 방송국 'JOAK' 와 계약했었는데, 그 때문에 일본에서 방송을 가장 많이 탄 악단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음)

그렇게 NHK 산하 단체로 들어간 뒤에도 여전히 상임 지휘자나 음악 감독은 외국인만 계속 임용하고 있는데, 너무 사대주의적이라는 반발이 심했는지 '정지휘자' 제도를 만들어서 자국의 유명 지휘자 몇 사람을 데려다 거의 평생 앉혀놓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도야마 유조와 와카스기 히로시가 정지휘자인데, 각각 1979년과 1995년에 직책을 따낸 뒤 지금까지 유임하고 있는 중이다.

N향 지휘자 직책 중에 또 특이한 것이 '명예 지휘자' 인데, 단어만 보면 일종의 '선심성 직책' 같아 보이지만 저 직책을 가진 지휘자들은 사실상 수석 객원 지휘자로 N향 연주회에 자주 출연했고, N향의 대외적인 위신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로젠스톡부터 시작해서 요제프 카일베르트, 로브로 폰 마타치치, 볼프강 자발리슈, 오트마 주이트너,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샤를 뒤투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이 저 직책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인물들인데, 이번 글의 소재로 쓰인 CD 두 장의 지휘자인 호르스트 슈타인(Horst Stein)도 명예 지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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