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평가는 전적으로 내 자신이 내린 것이며, 특히 나는 서비스니 뭐니 떠나서 '싸고 많이 주면 땡' 이라는 사고 방식과 '데빌 혀(나오키의 홈페이지 참조)' 소유자이므로 보편적인 것은 아님.
#1
모 사이트의 맛집 카테고리는 내게 불신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는 곳이다. 지난 번 결정타를 먹었던 물냉면은 (물론 맛이 본문 그대로였다고는 해도)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주었으며, 이번에는 반대로 매우 긍정적이었다.
낙원상가의 좁다란 골목에 붙어 있는 한 해장국집이 '테마 추천' 으로 소개되었을 때 특히 눈에 띄었다. 간판에는 '추어탕' 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추어탕을 팔지 않는 것과, 대단히 싼 가격-1500원!!-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기사를 본 뒤 단 하루만에 그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식당 아주머니가 잔반을 버리는 것을 좀 맞아서 불길한 출발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사과를 하고 행주를 가져다가 옷을 닦아 주었다-사실 반바지 자락에 좀 묻은 것 뿐이었지만-. 그리고 좀 뻘쭘하게 서서 망설이다가 들어갔다.
식당 안은 역시 기사 본문대로 대부분 상가 주변의 일꾼들로 보이는 40대 아저씨들이나, 근처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등에서 오신 것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20대는 나 혼자 뿐. 하지만 원체 혼자 먹는 것에 길들여져 있던 터라, 주눅이 드는 일은 없었다.
자리를 잡자 마자 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우거지 해장국-물론 공기밥과 깍두기 포함-이 나왔다. 소뼈와 내장으로 우린 국물에 우거지와 두부가 들어 있었는데, 뼈해장국이나 선지국처럼 뼈나 선지 등 '동물성' 건더기는 없었다. 무척이나 간단한 세팅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네 분식점 라면이 평균 2000원 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별 불만은 없었다.
비교적 짜게 먹는 나도 특별히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될 만큼 짭짤했고, 된장을 풀었는지 된장 냄새도 났다. 어르신들은 탁자 위의 고춧가루를 풀어서 막걸리와 드시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국 그대로 먹었다.
마시써...마시써...마시써...
물론 전적으로 '데빌 혀' 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평가였고, 식당 내부의 환경은 '깨끗한 것' 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에게는 확실히 비추인 것도 사실이다. 또 젊은 여성이라면 혼자 들어가기 거북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대단히 우수한 것 같다. 도향촌, 동네 돈까스집에 이어 세 번째로 등극.
#2
지난 월요일에 위의 국밥집에서 아는 커뮤니티 회원 두 명과 함께 일종의 '식도락 오모' 를 가졌을 때였는데, 이대 근처에 '한 접시에 700원' 하는 회전초밥 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국밥을 해치우자 마자 그 쪽으로 이동했다.
이대에서 신촌 쪽으로 기찻길-아마 경의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있는 곳이었는데,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꽤 되었다. 메뉴판을 훑어 보니 동그란 접시의 것만 700원이고, 나머지는 그 네 배 이상인 3000~5000원 선. 비싼 것들은 접시 모양부터 네모난 것 등으로 구별되므로, 주머니가 가벼운 이는 둥근 접시만을 공략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세 사람 모두 주머니 사정은 마찬가지였고, 한 사람에 여덟 접시씩을 배당하기로 하고 먹기 시작했다. 횟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살 생선 두 종류, 오징어, 문어, 그리고 드물게 연어가 나왔다.
하지만 회도 그렇고 초밥도 그렇고, 항상 문제가 되는 향신료가 바로 와사비. 더군다나 이 가게에서는 시판되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고추냉이를 갈아서 쓰는지 정말로 매웠다. 게다가 와사비는 청양고추 같은 것처럼 입에서 매운 기가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코로 매운 맛이 올라와서 잘못 먹으면 숨쉬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일식집인 만큼 위생 상태의 체크도 필수였는데, 간간히 접시에 밥풀이 묻은 채로 돌아가고 있거나 락교가 하나 떨어져 도는 것은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초밥 자체는 먹고도 집에 가서 설사하지 않은 것을 보면 품질이 어느 정도는 보증이 되는 것 같았다. (뷔페 등에서 초밥이나 회를 먹으면 집에 돌아가서 늘 설사 치레가 시작됨)
여덟 접시에 1인당 5600원. 이 정도면 초밥집 치고는 꽤 싸지만, 아무래도 소담스럽게 나오는 일본식 요리의 특성상 배가 부르지는 않았다. 양 때문에 조금 마이너스가 되기는 했지만, 일단 네 번째로 추가. 언제 특별 알바라도 뛰어서 몇 접시나 먹을 수 있는지 테스트해볼 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