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이 시키는 대로 끼니 때우기.

교향악축제가 끝나고 1주일이 지나고 나니 어느덧 독일문화원 초집중강좌 A1.2(아 아인스 츠바이) 과정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고, 이제 A2.1 과정에 돌입했다. 다만 시간상으로 마쳤을 뿐이지, 아직도 Dativ(3격)와 Akkusativ(4격) 넣는 위치가 헷갈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새로운 단어들이나 문법 복습만 해도 꽤나 혼란스러운 실정.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가서 캐무시 안당하려면 여기서라도 좀 익숙해져야 되는데.

아무튼 그나마 자투리 시간도 생겼고, 약간의 돈도 지참하고 다니면서 가끔 집에 밥이 없거나 간당간당할 때 외식이라는 사치를 즐기곤 한다. 그렇다고 비싼 걸 쳐묵쳐묵하지는 못하고 있고. 그래서 또 두서없는 음식짤방 없애기 포스팅 ㄱㄱㅅ.

이 포스팅에 등장시킨 이래 한 동안 갈 기회가 없었던 '신락원' 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갔다. 독일문화원 근처인 남산도서관 앞을 지나는 02번 노란 버스(남산순환버스)를 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그 때처럼 새우볶음밥 곱배기를 시켜봤다. 하지만 그 동안의 물가 인상은 이 곳도 무사히 지나갈 수 없었는데, 볶음밥은 보통이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대신 곱배기 시킬 때의 추가 비용은 500원 그대로임)

그 때나 지금이나 맛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는데, 크게 변한 것이라면 아마 담는 그릇의 변화라고 할까. 그라탕 접시 비슷한 그릇 대신 일반적인 넓적한 쟁반형 그릇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또 바뀐 것이 있다면, 볶음밥 외의 피사체가 눈이 아플 정도로 저열하기 짝이 없게 찍혀나온 폰카의 화질이겠고. lllOTL

그리고 애초부터 솔로부대 장성급인 만큼 발렌타인이니 화이트니 완전히 다른 은하계 행사로 취급하고 있는데, 블랙데이 만은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 날은 돈도 없고 속도 그리 좋지 않아 결국 지나쳐야 했고, 이틀 지나서야 뒷북 의례를 치를 수 있었다.

특별히 유명한 집도 아니고, 그냥 문화원 오고가는 길에 눈에 띄던 동네 중국집에서 시켜먹었다. 보통이 2000원이라는 꽤 저렴한 가격이고(짤방은 곱배기임. 3000\). 여타 저가형 중국집이 그렇듯, 요리부 메뉴의 거창함을 자랑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냥 중식 식사에 제육덮밥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한식 식사 메뉴 두세개 정도가 더해진 소탈한 컨셉이었고.

가끔은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울 때도 있다. 대체로 햄버거 종류는 피클을 거의 넣지 않아 안심인 일레븐세븐(가칭???)에서, 도시락 종류는 마찬가지로 일레븐세븐 아니면 이십오지에스(가칭???)에서 고르곤 한다. 그도저도 안되면 뭐 가장 만만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이 최종 대안이겠고.

위 짤방은 이십오지에스의 '추억의 도시락(2200\)'. 볶음김치에 얇은 슬라이스햄 두 장과 달걀프라이라는 진짜 단촐한 구성인데, 내 입에는 오히려 가장 잘 맞는 편의점 도시락인 것 같다(같이 찍힌 컵라면까지 신경쓰면 지는 겁니다). 다만 볶음김치는 보존성이 생명인 도시락에 들어가는 것이라 간을 좀 짜게 하는지, 다른 반찬이나 밥과 균형을 맞춰 먹지 않으면 약간 고생스럽다.

그리고 2월 말에 헌혈하러 갔다가 어지럼증을 느끼고 강제로 중단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여파였는지 어쨌는지 간 관련 수치인 ALT가 기준치 훨씬 이상으로 나와서 1개월간 헌혈 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한 달을 훨씬 넘어서 다시 헌혈의 집을 찾아갔는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어서 그날 당장 헌혈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일단 ALT 수치가 기준치를 너무 초과했을 경우, 1개월 뒤 혈액원이나 헌혈의 집에서 샘플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한 뒤 문제가 된 수치나 항목이 기준치 아래로 내려갔거나 음성 반응을 나타냈을 경우에만 헌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채혈을 마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전철역으로 향했는데,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스넥카가 눈에 띄었다.

점심을 안먹고 뻐팅기던 터라 꽤나 배가 고팠는데, 근처에 고시원이 많아서 값싼 중식이나 분식을 주로 하는 곳인 것 같았다. 실제로 안에서 고시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우산없이 나왔다가 비맞고 가기도 그랬고 갑자기 짜장면도 땡겨서 무턱대고 들어갔다.

그냥 짜장면을 먹을까 했다가,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무슨 맛일까 하고 시켜본 해물짜장(보통 3500\. 시킨건 곱배기로 4000\). 겉보기에는 잘 안보이는데, 비벼보니 작은 새우나 오징어, 조갯살 등이 나왔다. 버섯도 들어가 있었는데, 바로 요리해서 내온 것이라 그런지 꽤 뜨거워서 후후 불면서 식혀먹어야 했다. (고양이혀 ㅆㅂㄹㅁ)

뜨거운 것을 빼면 가격대 성능비가 꽤 좋았는데, 독어 수업 종강일이었던 화요일에 결국 타산성 헌혈을 재개한 직후 또 먹으러 갔다. 왠지 2주마다 단골이 될 거 같기도 하고.

꽤 예전에 포스팅했었던, 집 근처 돈까스집의 생선까스+돈까스 메뉴. 4000원이라는 그럭저럭 저렴한 가격인데, 돈까스만 먹기가 좀 단조롭다 싶으면 가끔 고르곤 한다. 다만 저 때는 요 근래에 별로 걸리지 않던 생선까스 속의 가시가 다시 걸리기 시작해서 포크로 건드려가며 조심스럽게 발려먹어야 했고.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다가 내과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어떤 에피소드를 듣고는 더더욱 그랬다.

이제 졸업했으니 학교 쪽에 갈 일도 거의 없어졌고, 집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에 입을 즐겁게 하러 가는 것도 예전보다 쉽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부족한 돈을 어학 공부나 취미 생활 등에 돌리고 교통비나 식비는 최소화하는 식으로 살고 있으니. 그래도 미각과 위장이 제 기능을 하는 한, 사소한 먹을거리로도 뭔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뱀다리: 글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아침에 컴을 켜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있었더라. 사인은 처음에 음독자살 혹은 투신자살로 나왔다가 다시 실족사로, 그리고 유서가 있다고 해서 다시 자살이고 어쩌고.

언론들도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속보라서 그런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겠지만, 그런 소식 듣고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남들 다 보라는 글모음 카테고리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 도배질하고 비천한 2등국민이니 자살해서 비겁하다느니 하는 글을 싸대는 축생들은 계속 눈에 띄더라. (주어 없으니 괜히 열폭하지는 마시길.)

확인해 보니 이미 몇 달, 혹은 몇 년전 차단했던 단세포들이었고. 하여튼 어느 주제에서건 나사빠진 주장을 하는 이들은, 다른 현안에 있어서도 너무들 쉽게 자폭을 하는 것 같다. 하긴, 내 입장에서는 그런 단세포들이 병맛 인증을 제때제때 해줘야 미리미리 위험 요소를 없앨 수 있으니 오히려 아주 환영할 만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들 구차하게 살아가기 바란다. 댁들이 그렇게 물어뜯고 있는 먹잇감처럼 자살하지들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