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팅 이후 세 차례 더 방문해서 돈까스를 먹고 왔는데, 물론 맛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다른 메뉴는 어떠려나 하는 호기심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패밀리레스토랑 등과 비교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함부로 먹기 힘든 안심스테이크를 제외한 두 식사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다.
다섯 번째 갔을 때 처음 시켜본 메뉴는 생선까스. 개인적으로는 생선 등 어패류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기 메뉴보다는 양이 좀 적잖아?' 라는 선입견 때문에, 돈까스와 함께 메뉴에 있을 경우 대부분 2순위로 밀려나는 안습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가서 시켜봤다. 수프나 밥, 샐러드 등의 곁들이는 예전과 똑같으므로 패스.
가격은 돈까스와 똑같이 5500원이었는데, 양이 적을 거라 생각한 것은 세 조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듯이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다른 집에서는 대개 타르타르소스를 까스 위에 뿌리거나 발라서 내오지만, 여기서는 취향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했는지 따로 내놓았다. 게다가 얇게 썬 레몬조각까지 나왔는데, 시작부터 느낌이 꽤 좋은 셋팅이었고.
우선 레몬조각을 잘 눌러서 까스 위에 즙을 골고루 바르고, 이어 나이프로 타르타르소스를 떠서 고르게 발라주고 먹기 시작했다. 타르타르소스는 기대보다는 약간 새콤한 맛이 덜한 것 같았지만, 새콤함은 이미 레몬으로 보충되었기 때문에 그리 큰 결점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씩 문제가 되는 생선살 속의 가시도 전혀 없었다.
그저 평범한 모닝롤 두 개 뿐인 추가빵도, 지난 번 너무 개념없이 먹은 것이 걸려서 재차 주문했다. 이것도 약간의 변동 사항이 있었는데, 버터를 바르기 쉽게 따로 버터 나이프가 같이 딸려나왔다.
그나마 좀 개념을 찾아서 시도한 빵먹기 2탄. 반으로 갈라서 버터를 바르고 잼을 짜서 먹어치웠다. 물론 맛이 다를 이유도 없었고. 다만 이번에 나온 잼은 구멍이 너무 좁게 제조돼서 그랬는지 한참을 짜도 안나와서 좀 고생했다. 나온다 싶으면 뿌지직 소리와 함께 너무 세게 분출돼서 난감했고.
커피 또한 그 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나왔다. 예전에는 종이컵에 나왔던 것이 이제는 도자기 컵과 받침에 본격적으로 서빙되었는데, 갈수록 좋아지는 인상 덕에 이제는 군 관련 시설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여섯 번째 방문은 한 지인과 함께 했는데, 사실 작년 말에 같이 가자고 했다가 어떤 단체의 대규모 망년회 때문에 휴업한다는 공고문을 보고는 좌절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서울시향 디스커버리즈 시리즈의 첫 번째 공연 관람도 잡혀있고 해서, 딱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서 가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시킨 것은 함박스테이크. 가격은 까스 종류보다 1100원 더 비싼 6600원이었다. 그래도 같은 '스테이크' 이름을 단 안심스테이크보다는 훨씬 안전빵으로 주문할 수 있던 메뉴였고. 짤방에 나온 것으로 봐서는 돈까스나 생선까스보다 더 적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곁들이도 마찬가지로 똑같았지만, 이번에 나온 감자튀김 두 쪽은 꽤 길쭉했던 것이 이채로운 모습이었고.
먹기 전에 항상 잘라놓고 보는 습성 상 자르고 또 찍어봤다. 몇 개 엎어진 고깃조각에서 보듯이 겉보기에는 작아 보여도 두께는 꽤 두툼했는데, 체감 상으로는 까스류 보다 좀 적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큰 편차는 없었다. 시큼함과 달콤함이 조화된 데미글라스 소스 맛도 괜찮았고, 전체적으로 이 메뉴 역시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다만 이 날 아침만 먹고 점심은 거른 탓에, 배고픈 이의 뱃속에서는 아직도 적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같이 간 지인은 돈까스를 시켰는데, 식후 평을 물어보지 않아 맛을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메뉴판의 추가빵이 인상적이었는지 후식 삼아 시켜서 하나 씩 나눠먹었는데, 이번 것은 따끈따끈해서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커피 또한 자기 컵에 담아내는 정도의 센스.
먹어본 메뉴 세 가지가 모두 상당히 마음에 든 탓에, 당분간 정광수의 돈까스가게와 함께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돈까스 잘하는 집에 등재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그렇다고 동네 돈까스집이나 지난 번 네 차례나 시리즈로 방문했던 주양쇼핑 돈까스가게들이 폄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닌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고.
이외에도 방문하고 싶은 음식점이 아직 몇 군데 있는데, 홍대 근처에 주로 몰려있는 것 같다. 상수역 근처의 당고집이라던가 중국집 주방장 출신 요리사가 하는 놀이터 근처의 소박한 식당 두 군데를 일단 목표로 잡았는데, 서코 예매권 사러 가거나 재즈클럽 갈 때 들릴 수 있을 듯. 하지만 돈 없으면 말짱 꽝이니. lll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