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예고했던 다음 코스는 구의동 쪽에 있는 모 화상이었지만, 2월 서코(토요일) 끝나고 찾아가니 문이 닫혀있던 바람에 결국 다른 쪽을 택해야 했다. 그래서 다소 멀기는 했지만, 갈 예정이었던 신촌 북오프와도 그럭저럭 접근성이 있는 연희동 쪽을 택했다.
일단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여기서 탈 수 있는 마을버스는 모두 세 노선인데,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사러가쇼핑' 쪽으로 가는 것은 서대문03번과 04번. 지난 번 포스팅한 에버그린 가는 03번을 타도 무난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인 만큼 사러가쇼핑 앞에 내려준다는 04번을 택했다.
사러가쇼핑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찍은 짤방. 흰색 승용차가 나오고 있는 저 골목으로 들어가면 몇 발짝 지나지 않아 오른편에 가게가 보인다.
지난 번에 가본 많은 중국집들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화상임을 강조하는 붉은색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특별히 내세우는 것은 짜장면과 왕만두 두 가지 메뉴였는데, 이미 볶음밥으로 메뉴를 정하고 갔으니 다음 기회에.
가게 이름이 2등급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이품' 이라는 것이 좀 신경쓰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가게 주인 내외분의 부모님께서도 중국집을 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견주어 보면 2품이라고 겸손하게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다만 이대 쪽 의류 쇼핑몰에 있었다는 '일품' 은 폐점된 상태.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랬는지 손님들이 의외로 많아 짤방 만드는데 다소 애로사항이 있었다. 비스듬히 찍을 수밖에 없었던 메뉴판. 원흥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가격 표시를 한자로 달고 있었다. 볶음밥 보통의 가격은 일반 중국집들의 평균 수준인 5000원.
다양한 중국 술과 장식들을 차곡차곡 배열해 놓은 한 쪽 벽의 붙박이 선반.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수기 윗쪽에는 중국집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끄덕이 마네키네코(복고양이)도 있었다. 오른편에 보이는 통로로는 주방과 식재료 창고 등이 쭉 이어져 있다. 지난 번의 원흥처럼 종업원들 사이에 중국말 혹은 강한 중국어 억양이 수시로 오가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가끔 주방 쪽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면 중국어 대화도 귀에 들어오기는 했다.
주문을 한 뒤 받은 기본 찬거리. 물론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내 경험 상 중국집들에서 50%의 확률로 내오는 배추김치가 약간 눈에 띄긴 했지만.
주문한 볶음밥 곱배기(5500\). 여기도 원흥이나 영화루와 마찬가지로 반숙으로 지진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나왔다. 그리고 밥에도 달걀이 풀어져 볶여 있었고.
그리고 같이 딸려나온 국물도 짬뽕국물이 아니라 계란탕이었다. 달걀 인심을 참 많이 쓰는 집같아 보였다.
약간 눌은 듯이 고슬고슬한 밥알 상태는 여기도 마찬가지였는데, 볶음밥도 기본 이상은 하는 집으로 여겨졌다. 기름기도 좀 부담스럽다 싶을 정도로 많지는 않아 다행이었고. 다만 밥을 비우면서 그릇 바닥에 물기가 맺혀 있는 것이 약간 신경 쓰였다. 밥이 질척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곁들임 짜장의 전분에서 나온 수분인 듯. 그리고 짤방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볶음밥 속에 잠복해 있던(???) 새우 한 마리도 꽤 유니크했다.
빌딩숲 속에 위치했던 원흥과 달리, 여기는 전체적으로 혼자 가도 편안히 식사할 수 있는 전형적인 동네 중국집 분위기였다. 다만 여기 주민이 아니라면 찾아가는 데 약간 번거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위에 쓴 대로 마을버스만 제대로 잡아타고 가면 만사형통.
약도라고 할 것도 없고, 네이뷁 버스노선 지도에서 캡처한 짤방. 녹색 풍선으로 떠 있는 정류장 표시가 곧 가게 위치다. 다음에는 첫 방문에 실패한 쪽으로 갈 지, 아니면 여의도나 마포로 갈 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을 올릴 즈음에는 어디든 가서 또 문서파일로 끄적이고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