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가까이 독일에 머물면서 이미 대부분의 독일 음식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먹었던, 혹은 먹고 싶었던 것에 대한 욕구를 100%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귀국하면 뭘 먹을까 이것저것 찾아봤고, 그 계획을 느릿하게나마 실행 중이다. 귀국 직후에는 시차피로도 심했고, 우선 집밥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 귀국 후 집밖에서 먹은 첫 음식은 버드나무집의 순대국이었지만, 사진을 찍을 생각도 않고 마구 먹어치운 탓에 증거물(??)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짤방을 박아넣은 바깥 먹거리는 12월 2일에 먹은 돈까스가 되었다.
한 때 다른 곳으로 잠깐 이전했다가 본거지인 망원초등학교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내가 없던 사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어쩌려나 하고 약간은 회의적인 상태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다행히 있던 곳에 그대로 붙어 있었고, 안의 풍경도 거의 그대로였다.
하지만 결국 이 가게도 확실히 이전 계획을 잡았는지, 이렇게 가게 내부에 이전 장소에 대한 약도를 그려서 붙여놓고 있었다. 이 포스팅이 올라가는 시점이 21일이 된 만큼, 아마 저 새 장소로 확실히 이전했을 것 같다.
이전 소식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전체적인 가격 인상. 물론 그 동안 가격 안오른건 대중교통 요금 빼고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현시창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되 슴가가슴으로는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왔고, 또 돈까스에 대한 갈망이 컸던 탓에 곱배기(9000\)를 주문했다.
반 년이 지났지만 음식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렇게 밀가루 맛이 나는 크림수프부터 시작해서,
버섯과 양파, 피망이 든 소스가 끼얹어진 등심과 안심까스,
그리고 곁들임인 양배추 샐러드와 우동 국물, 디저트 격인 고구마 맛탕까지 그대로였다. 물론 맛도 그랬고. 돈까스의 양이 많아서 이런저런 추가 반찬은 덜어먹지 못했지만, 워낙에 그리웠던 탓인지 별 힘들이지 않고 모두 해치울 수 있었다.
다 먹은 뒤 으레 그랬던 것처럼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사이다를 한 잔 마신 뒤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독일에서 먹었던 레몬즙 뿌려먹는 단순한 슈니첼도 맛있기는 했지만, 내 입에는 이런 한국식으로 절충된 돈까스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 다음에도 물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배를 채웠고, 내 입이 그리 까다롭지 않은 만큼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다만 출국 직전에 바꿨던 핸드폰에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옮기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서 즉시 포스팅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고. 어쨌든 다음 편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