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에 끄적인 포스팅의 끝자락에서 언급한 것이 베네수엘라 금관 합주단(Ensemble de Metales de Venezuela)이 데뷰 음반으로 냈다는 CD였는데, 다만 그 후 추가 조사를 통해 EMI 엘렉트롤라에서 독일 로컬로 발매한 것 외에 같은 녹음을 담은 다른 종류의 CD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 CD에는 EMI 음반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이 더 들어있었기 때문에, 작년에 독일에 머물 때를 노려 구입했다.
ⓟ 2005(?) Asociación Venezolano-Alemana para el Fomento Cultural (AVAFC)
대충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보니 '문화 진흥을 위한 베네수엘라-독일 협회' 라는 단체에서 제작한 일종의 사가반 CD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앨범 디자인은 EMI 음반에 비하면 좀 촌스러운 편이고 속지도 악단과 협회 소개, 단원 명부와 스폰서, 지휘자인 토마스 클라모어에 대한 약력 정도로 매우 단순했다. 게다가 그것도 모두 에스파냐어라서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고.
하지만 음반 디자인이나 언어의 장벽은 아무래도 좋았고, 몇 곡 더 들어있는 희귀반을 구입한다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이 음반은 스폰서들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의 관악 전문 업체인 샤거를(Schagerl)의 온라인 숍에서 부가세 포함해 15유로에 위탁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마침 그 때 살고 있던 곳도 그리 멀지 않은 독일이라 체류 중반기에 주문했다.
수록곡들 중에서는 예전에 본 유로아츠의 DVD와 겹치는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쭉 보면 이렇다. 기울임체로 표기한 것이 DVD와 중복된 수록곡들이고, 굵게 표기한 것이 EMI CD에는 없는 곡들이다.
잔카를로 카스트로 (Giancarlo Castro, 1980-): 그랑 팡파르 레너드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1918-1990):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세 개의 춤곡 (에릭 크리스 편곡) 알레한드로 스카르피노 (Alejandro Scarpino, 1904-1970)+후안 칼데레야 (Juan Calderella, 1891-1978): 파리의 카나로 (호세 카를리 편곡) 조지 거슈인 (George Gershwin, 1898-1937): 아이 갓 리듬 (로저 하비 편곡)
아람 하차투리안 (Aram Khachaturian, 1903-1978): 발레 '가야네' 중 칼춤 (편곡자 불명)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Modest Mussorgsky, 1839-1881):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중 알껍질 붙은 병아리의 발레 (엘가 하워스 편곡)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중국의 춤과 트레팍 (편곡자 불명)
윌리엄 버드 (William Byrd, 1543?-1623): 옥스퍼드 공작의 행진곡 (편곡자 불명)
조반니 가브리엘리 (Giovanni Gabrieli, 1557-1612): 소나타 피안 에 포르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칸타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중 코랄 (편곡자 불명)
아론 코플랜드 (Aaron Copland, 1900-1990):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1864-1949): 요한 기사단 단원들의 축전 입장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빈 시의 축전음악
EMI 독일 지사에서 왜 무소륵스키와 바흐의 곡들을 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무튼 전체적인 연주력은 DVD에서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관현악곡의 브라스 밴드용 편곡 작품 외에 오리지널 금관 곡인 카스트로와 가브리엘리, 코플랜드, 슈트라우스 작품들을 골고루 넣은 것이 눈에 띄는데, 특히 마지막 두 곡인 슈트라우스 작품들은 연주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해 뭔가 자신감까지 느껴지는 선곡이었다.
다만 베를린의 샬로란 톤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담당한 녹음은 너무 악단이 가까이 느껴지는 근접 마이킹과 잔향의 부족으로 좀 성마르게 들려서 유감이었다. 곡마다 편곡자 이름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것도 다소 불만거리였다. (그나마 위에 쓴 것은 DVD 연주 곡목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선에서 기재한 것이다.)
이 CD와 유로아츠의 DVD 외에 후속 음반이나 영상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이 구스타보 두다멜 등의 지휘로 이런저런 음반과 영상물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약간 덜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엘 시스테마 홈페이지에 대표 연주 단체로 나와 있고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언젠가 후속 음반이나 음원, 영상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 외에도 뭔가 '원반' 을 기대하고 샀는데 내용물은 아니라서 좀 낚인 느낌이 강한 물건도 있었다.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