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까지 가서 볶음밥을 먹을 정도로 중식 볶음밥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멀지 않고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에 또 괜찮은 곳이 있다고 해서 8월 중순에 갔다왔다.
지하철 6호선 보문역에서 4번 출구로 나가면 그 뒤로는 별로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일단 나와서 몇 발짝 쭉 걷다가 동원탕이라는 이름의 목욕탕이 나오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오른편에 이 날의 목표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화상이 하는 중국집은 아닌 것 같았고, 겉보기에도 그냥 평범한 동네 중국집처럼 보인다. 가게 내부도 별로 튈 것 없이 소박한 분위기였고, 양식 테이블과 온돌방을 절반씩 안배한 식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찾아갔을 때는 손님이 뜸한 오후 시간대였고, 온돌방 쪽에서는 배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연예 관련 가십 기사들을 검색하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메뉴판. 가격은 평균 정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특이하게 휴일이 매주 화요일로 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이 날은 금요일이었으니 해당 사항 없었다.
볶음밥을 먹으러 갔던 만큼 다른 메뉴를 고려할 여지도 이유도 없었고, 늘 그러던 것처럼 '닥치고 곱배기' 였다. 하지만...
...곱배기가 아니라 거의 2인분 급이 나왔다! 고슬고슬한 식감에 달걀프라이가 얹혀져 있고 짜장 소스를 따로 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양을 보면서 '나 오늘 이거 정말 다 해치울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망한 접사샷. 이렇게만 봐서는 모르겠지만, 옆으로 길쭉한 그릇에 밥이 높게 쌓이듯이 나왔기 때문에 더더욱 위압감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짜장 소스도 갓 만든 것이었는지, 뜨거운 것을 잘 못먹는 내게는 약간 괴로웠다.
어쨌든 주어진 음식은 가능한한 끝까지 먹는다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먹어댔고, 결국 볶음밥과 짜장은 어떻게든 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짬뽕국물은 결국 다 먹지 못해 남겼는데, 체감상으로는 마찬가지로 힘들게 비워낸 평택 육교반점보다도 더 많아 보였다. 거기처럼 양이 꽤 많은 편이니 보통을 주문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충고를 어긴 내 자신의 탓이기는 하지만.
물론 양이 많아서 다 먹는데 힘들었을 뿐이지, 맛 자체는 상당히 괜찮았다. 화상이 아니고 가게 분위기도 소탈하지만, 그걸 갖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한창 더울 때와 그 더위가 계속 이어지던 9월을 지나 이제 '드디어' 지난 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는데, 10월 중순에 갔다온 을지로4가의 어느 닭곰탕집이 다음 소재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