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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바우어-토이슬은 1928년에 니더외스터라이히 주의 칠링도르프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인물로, 1943년에 빈 음악 아카데미에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클레멘스 크라우스에게 지휘를 배우면서 그 쪽으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크라우스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제자이기도 하다.)
졸업 후에는 합창 지휘자로 유명한 페르디난트 그로스만 밑에서 부지휘자로 일하며 합창 지휘도 배웠고, 바덴 바이 빈 시립극장과 잘츠부르크 주립 극장의 지휘자로 무대 경험도 쌓았다. 잘츠부르크 재직 시절에는 매해 여름마다 열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스승 크라우스를 비롯해 칼 뵘, 브루노 발터,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등 유명 지휘자들의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었다.
잘츠부르크의 임기 만료 직전이었던 1957년 3월에는 빈 국민오페라(폴크스오퍼. Volksoper)의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이 공연의 흥행으로 곧 국민오페라의 공연에 정규 출연하는 지휘자로 계약하게 되었다. 특히 로르칭과 플로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밀뢰커, 오스카 슈트라우스, 레하르 등 독일 초기 낭만 오페라와 소위 '빈 오페레타' 들의 품격높은 해석으로 정평이 있었고, 이들 곡의 하이라이트 음반들도 여럿 제작한 바 있다.
1960년대부터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오페라나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 주의 주도인 브레겐츠에서 열리는 브레겐츠 여름 음악제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했고, 이외에도 모어비슈 호숫가의 특설 무대를 배경으로 열리는 모어비슈 호반음악제의 조직 위원과 지휘자나 프란츠 레하르 등 빈 오페레타 작곡가들의 탄생/서거 기념 연주회 등을 지휘하며 오페레타와 왈츠의 전문가로 꾸준히 활동했다.
다만 유럽 외의 지역에서는 그다지 활동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독어권 밖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1980년대 초반부터 필립스를 통해 왈츠 음반 다섯 장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나름대로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음을 어필한 바 있다. (이 녹음들의 일부는 이후에도 필립스의 왈츠 컴필레이션 음반에 계속 수록되어 지금도 구할 수 있다.)
필립스에서 발매한 음반들을 모두 갖춘 뒤에도, 다른 음반들이 또 있는지 계속 찾아다니던 중 낙소스 산하 희귀 작품 전문 레이블인 마르코 폴로에서 내놓은 52장짜리(!!!)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전집 중 바우어-토이슬이 참가한 CD가 하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음반사인 카메라타에서도 몇 종류 찾을 수 있었고, 바우어-토이슬이 만년에 몸담았던 빈 요한 슈트라우스 관현악단의 자체 제작 CD 등도 추가로 확인했다.
다만 이들 음반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일본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으로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해본 해외 온라인 거래였기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결제에 성공해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마르코 폴로의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전집 중 바우어-토이슬이 지휘한 것은 40집으로, 이미 전집 프로젝트의 후반기에 속할 때의 작업이었다. 원래 저 시리즈는 알프레드 발터나 요하네스 빌트너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들을 주축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시리즈 후반으로 가면서 미발표곡이나 관현악 편곡이 되지 않은 작품들 같은 비정규 레퍼토리들이 포함되면서 이 분야에 전문인 지휘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래서 30번대 앨범을 넘어서 부터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한 크리스티안 폴라크가 편곡자 겸 지휘자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거의 막바지였던 50번대 앨범에서는 미국 로컬 출판작의 녹음을 위해 미국의 음악학자 겸 지휘자인 제롬 코헨까지 섭외해 그 때까지 모은 모든 연주 가능한 슈트라우스 작품들을 녹음했다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오페레타는 제외)
후반기 앨범이라 작품 번호가 없는 희귀작들이나 해외 공연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짜깁기한 작품들이 섞여 있는데,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1. 왈츠 '고향의 아이들(Heimats-Kinder)' 작품 85
2. 오르간 (또는 하모니움),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결혼식 전주곡(Hochzeits-Präludium)' 작품 469*
3. 프랑스풍 폴카 '도깨비불(Wildfeuer)' 작품 313
4. 빌헬미네 카드리유 (Wilhelminen-Quadrille) 작품 37
5. 왈츠 '도깨비불(Irrlichter)' 작품 218
6. 프랑스풍 폴카 '하트의 여왕(Herzenskönigin)' 작품 445(b)
7. (뉴욕) 헤럴드 왈츠 ((New York) Herald Waltz)
8. 니네타 카드리유 (Ninetta-Quadrille) 작품 446
9. 폴카 마주르카 '사랑과 결혼(Liebe und Ehe)' 작품 465
10. 축전 왈츠 (Jubilee Waltz)
*2번 곡에서는 임리히 자보 (Imrich Szabo. 오르간), 빅토르 심치스코 (Viktor Simčisko. 바이올린), 카타리나 바브레코바 (Katarína Vavreková. 하프) 세 사람만 연주함.
슈트라우스 곡들 중 좀처럼 듣기 힘든 열 자릿수 번호의 작품들과 자신의 오페레타를 가지고 2차 창작한 곡들, 생애 후반에 작곡한 춤곡이 아닌 경건한 작품 등 진귀한 수록곡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초기의 몇몇 작품들의 경우, 출판보는 대부분 피아노 독주용으로 리덕션된 악보들만 남아 있어서 빈 춤곡 전문 연구가들인 루드비히 바빈스키나 아르투르 쿨링, 크리스티안 폴라크 등이 관현악 편곡한 악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는 왈츠 '고향의 아이들' 과 빌헬미네 카드리유 두 곡이 해당되며, 바빈스키 관현악 편곡보를 썼다.)
프랑스풍 폴카 '하트의 여왕' 과 니네타 카드리유, 폴카 마주르카 '사랑과 결혼' 은 2차 창작에 속하는 곡목들인데, 각각 오페레타 '니네타 공비(Fürstin Ninetta, 1893. '하트의 여왕' 과 니네타 카드리유)' 와 '삼림지기(Waldmeister, 1895. '사랑과 결혼')' 에 나오는 선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들 오페라는 현재 오스트리아 바깥에서는 좀처럼 상연되고 있지 않지만, 서곡이나 이러한 춤곡 등 파생 작품들은 비교적 자주 들을 수 있는 편이다.
가장 이색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식 전주곡' 은 슈트라우스의 의붓딸인 알리세가 1896년 2월에 화가 겸 디자이너였던 바이로스 남작-여담으로 지금 관점에서도 꽤 노골적인 춘화를 많이 그려 19세기 데카당스 풍속화의 대표 작가로 유명하다-과 올린 결혼식을 위해 쓰여진 곡이다. 기악 3중주라는 간소화된 편성으로 쓰였고, 오르간의 장중한 화음과 하프의 아르페지오 반주,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곡이라 '이게 진짜 슈트라우스 곡이야?' 라는 의아함까지 안겨주는 소품이다.
작품 번호가 없는 두 곡도 눈에 띄는데, 작품 명칭부터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되어 있어서 미국 혹은 영국과 강한 연관성이 있는 작품임을 파악할 수 있다. (뉴욕) 헤럴드 왈츠는 미국 유명 신문사였던 뉴욕 헤럴드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써준 데 대한 답례로 1894년에 증정한 짧은 왈츠인데, 한 때 슈트라우스 악단에서 첼리스트로 재직했던 빅터 허버트가 관현악 편곡해 초연했다고 한다. 다만 허버트의 편곡보는 분실되었기 때문에, 이 앨범에서는 빈 춤곡 연구가이자 작/편곡자인 막스 쇤헤르가 1967년에 관현악 편곡한 악보를 사용하고 있다.
축전 왈츠는 슈트라우스의 1872년 미국 방문 때 쓰여진 곡인데, 다만 이 때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던 탓에 슈트라우스에게는 작품 쓸 시간조차 한참 모자란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작 춤곡들의 선율들을 적당히 짜깁기하고 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성조기(훗날 미국 국가가 됨)' 나 여타 민요/대중가요를 넣은 곡들을 신작으로 발표하는 '잔머리' 를 발휘했다. 이 곡도 마찬가지로 슈트라우스의 왈츠 여섯 곡이 재활용되었고, 종결부에서는 '성조기' 의 첫 소절이 들어가고 있다.
'결혼식 전주곡' 을 제외한 곡들에서는 슬로바키아 방송 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았는데, 이 악단은 15집과 17집에서 각각 요하네스 빌트너와 알프레드 에슈베의 지휘로 참가한 바 있었다. 국제적인 지명도가 큰 악단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무난한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만 춤곡을 연주하기에는 음색이 좀 무겁다는 인상도 있다. 연주 자체보다는 듣기 힘든 레퍼토리들을 모아놓은 음반이라는 점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할 듯.
나머지 한 장은 일본 음반사인 카메라타에서 만든 물건인데, 많은 곡들이 기존의 바우어-토이슬 음반들과 겹치지만 그렇지 않은 곡들도 섞여 있어서 질렀다. 게다가 그 앨범이 아니면 들어볼 수 있는 레어템도 있었고. 어쨌든 다음 편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