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말에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포스팅에서, 내가 한국서 특별히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이 짜장면과 순대국 두 종류였다. 물론 독일에서도 짜장면 파는 곳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다른 국수 요리보다도 몇 배는 비쌌고 먹어 봤다는 사람들도 MSG를 너무 많이 넣어 입맛 버렸다고 혹평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단념해야 했다.
그래서 귀국 후에도 방산분식을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는데, 다만 포스팅으로 이어질 정도의 감흥을 준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투박한 모양새와 맛이기는 하지만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준 곳 한 군데는 기억하고 있었고, 다소 불편한 교통 여건임에도 다시 찾아가 봤다.
크게 바뀐 것은 없던 가게 앞. 물론 가게 안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4시를 좀 넘긴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은 나밖에 없었지만, 뒤이어 단무지를 배달하러 온 김에 짜장면을 시킨 아저씨와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다른 아저씨가 연이어 들어왔다.
작년에 30주년을 맞이했는지, 이렇게 사진을 모아놓은 액자에 써붙여놓고 있었다. 온갖 옛 것을 모아놓은 수조라던가 하는 독특한 꾸밈새도 여전했지만...
...여기도 가격만은 여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밥 메뉴는 아예 안하는지, 볶음밥이 사라져 있었다. 물론 이 가게의 진정성(??)은 짜장면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볶음밥을 좋아하기는 해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서 고민할 것 없이 앉자마자 짜장면 곱배기를 시켰다. 탕탕 거리는 수타 소리와 짜장 볶는 냄새를 바로 맡을 수 있는 것도 이 집만의 메리트인 것 역시 여전했고, 살짝 볶아 아삭함을 유지하는 야채 건더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쓱쓱 비벼서...
...이렇게 뚝딱. 여전히 단 맛이 적고 옅은 빛깔의 춘장 퀄리티를 유지 중이라 다른 곳 짜장면과는 꽤 차이가 나는 맛이지만, 이게 또 묘하게 끌린단 말이지. 덕분에 오랜만에 이 맛을 다시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나중에 구글링을 해 보니 주인장 분이 작년에 산행을 갔다가 허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오후 네 시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은 적이 있던 모양이다. 나는 그 영문을 몰랐으니 대충 찾아간 거였는데, 내가 들어간 때가 네 시 좀 넘어서였고 그 뒤로 온 손님들도 계속 주문을 했으니 이제 완쾌 또는 어느 정도 회복되신 것 같다.
요즘 블로그 포스팅 경향을 보니 거의 쳐묵-음악-쳐묵-음악의 반복인 것 같은데, 물론 앞으로도 이 흐름은 그다지 변할 것 같지 않다. 다만 오랜만에 동물원 갔다온 것도 있고, 또 인천 차이나타운의 옛 공화춘 건물에 문을 연 짜장면 박물관을 둘러본 것도 있으니 조금은 다양해질 지도? 하지만 짜장면 박물관도 결국은 쳐묵 쪽에 들어가서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