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에 갔다왔지만, 포스팅은 이제야 하게 되었다. 이 포스팅에 언급되었던 대로 가게가 망원초등학교 앞에서 6호선 마포구청역에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그 때 가게에 붙어 있던 약도를 참고해 갔다왔다.
역에서 훨씬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찾아가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일단 6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나오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영어 학원을 찾으면 땡이었다.
다만 가게에 입간판이든 뭐든 일체 이정표가 없어서, 까딱하면 지나치기 쉬운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은 3개월도 더 지났으니 어떤 모습인 지는 모르겠지만.
문에 종이로 붙여놓은 상호명. 저게 가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정표였다. 게다가 저 때는 앞의 짤방에서 볼 수 있듯이 하얀색 밴이 딱 가로막듯이 주차되어 있어서 더더욱 눈에 띄지 않았다.
준비 시간이 있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일요일도 영업한다고 써붙이고 있어서 영업 방침이 바뀐 것 같다. 주중에 시간이 없어 주말에 시간 내서 찾아왔다가 헛탕 치고 가는 고객들을 배려한 것일까?
가게 내부. 좁다란 지하실을 쓰던 예전과 달리 식사 공간이 상당히 넓어진 모습이었다. 물론 반찬과 음료수의 개인 서빙 방침도 여전했는데, 문가의 진열장에는 이런저런 학용품들이 차곡차곡 넣어져 있었고 이것도 근처 학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선 창가 쪽의 2인석에 자리를 잡았다. 코팅된 메뉴판이 자그마한 화분 뒤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예전보다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인지 벽에 붙여놓는 것만으로는 한계라서 이렇게 탁자마다 비치해두고 있었다.
가격은 작년 12월에 귀국 후 처음 갔을 때와 동일했다. 다만 이 때는 그렇게까지 배고프지 않아서 그냥 일반 돈까스(7000\)를 주문했다.
원재료와 튀김 기름 관리에 대한 부가 설명. 때마침 근처 4인석에서는 아마 옆 건물의 영어 학원 강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원어민 강사도 있었다. 독일어 공부하느라 영어는 손떼고 있었지만, 원체 접한 시기가 일찍이었고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외국어다 보니 어느 정도 대화 내용은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a' 나 'o' 를 발음하는 독특한 억양도.
사담이지만, 나는 미국식 영어 발음을 매우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 느끼한 'r' 발음. 그래서 오히려 영국식 영어를 언젠가 제대로 배워서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인데, 우선 독일어부터 좀 제대로 하고 나서.
여전한 모양의 양배추 샐러드와 수프. 원하면 반찬도 덜어올 수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그냥 이걸로 만족했다.
그리고 돈까스. 등심과 안심을 따로 튀겨내고 버섯과 양파가 든 소스를 끼얹어 내오는 모양새 역시 여전했다.
우동국물도 마찬가지였고. 다만 예전처럼 사각형 그릇을 쓰지 않고 동그란 종지 모양의 그릇에 내오고 있었다. 떠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들고 마시는 사람을 배려한 듯 했다.
여느 때처럼 미리 다 썰어놓고 먹기 시작했다. 가게 외관과 내부만 바뀌었을 뿐이지, 음식의 모양새와 맛은 그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거리 문제 때문에 자주 찾아가는 곳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거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흐뭇한 곳이다. 그리고 근처에 아름다운가게 헌책방도 있어서, 가끔 레어템을 찾는 내게는 입지도 괜찮은 편이고.
시간 순서가 꽤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먹어본 대로 다시 순서대로 써볼 예정이다. 다음에는 아마 회기역 근처의 특이한 중국집을 포스팅할 것 같은데, 거기 주인장 분이 블로그나 SNS 등 온라인 매체에 자기 집의 글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쓰는 데 좀 조심스러워질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어지간 해서는 내오는 음식에 만족하고 완전히 아니다 싶으면 글도 안쓰기 때문에, 내가 여기 올린 식충잡설들에서 언제 심하게 불평한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