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에서 돼지석쇠불고기를 먹은 뒤에 내가 감행한 건 대구도시철도 탑승이었는데, 이번에는 2호선 영남대역 방면 연장 구간과 새로운 로프식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다는 문양역이었다. 작년에 광주에 갔을 때부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갈 때 한정으로 쓰고 있는 후불교통카드 덕을 봤는데, 다만 영남대역 쪽은 그냥 평범한 지하 구간이라 딱히 뭘 찍어오고 하지는 않았다.
문양역에 열차가 도착하자 위로 젖혀올려진 로프식 스크린도어. 사실 이 형태의 스크린도어는 이미 광주도시철도 1호선 녹동역에서 쓰고 있었는데, 찾아 보니 거기서는 대략 2년 전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워낙 배차 간격이 길고 이용객도 얼마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여기서는 계속 가동 중이다.
열차가 반환점으로 들어가기 직전 다시 내려온 스크린도어의 모습. 일단 수도권에서는 2호선의 몇몇 구간을 제외하면 밀폐식 스크린도어가 대세인데, 이건 생산과 설치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몇몇 경전철 등에서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로프식이다 보니 워낙 틈이 많아 소지품 등을 철로에 떨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열차풍에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아직 보급이 활발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2호선을 돌고 난 뒤에는 서울 갈 때 들고 갈 선물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달성공원 쪽으로 갔다. 적두병이라고 얇은 피에 달지 않은 팥소를 꽉 채워넣고 빚어 구운 팥빵이었는데, 가보니 일요일은 휴무라는 문구 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는데, 결국 다시 중앙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에 찍어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 현장.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모노레일 경전철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형태의 과좌식 모노레일인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부실공사와 과도한 수요 예측 등 총체적 난국 속에 파탄 지경에 이른 현재로서는 저 기록이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중앙로에 다시 돌아온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적두병의 대체품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그것도 있지만 허탈감에 더한 배고픔도 있었기 때문에 둘 다 해결하고자 했다. 택한 곳은 바로 전날 만두를 마구 처묵하고 온 영생덕이었다.
우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앉아서 뭘 시켰다.
시킨 건 새우볶음밥 보통. 그냥 볶음밥도 있었지만, 어차피 마지막 끼니니까 좀 더 고급스럽게 먹어 보자는 심보였다.
일단 겉모양은 멀쩡해 보였는데, 먹어 보니 불맛은 나지 않았다. 다만 불맛 까지는 기대 안했더라도 중국식 볶음밥 특유의 고슬고슬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건 좀 아쉬웠다. 주말이라 손님이 많아서 좀 볶을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아무튼 맛 자체는 나쁜 편은 아니었으니 싹 비웠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며 하나를 더 주문해 싸들고 바로 동대구 한진정류장으로 가서 서울행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사온 건 이미 부산 신발원에서 먹어본 바 있던 중국식 계란빵이었다. 다섯 개 묶음으로 4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돌아온 뒤 먹어봤다.
크기는 신발원 것보다는 좀 더 컸고, 모양도 좀 넓적했다.
속에 달게 조린 흑설탕이 들어가 있는 것도 비슷했는데, 다만 여기서는 검은깨 같은 것을 넣지 않아 좀 더 단순한 모양새였다. 속이 마치 시럽같이 걸쭉해진 것처럼 보이는데, 냉장고에 쟁여놓은 것을 데웠기 때문에 저렇게 된 것 같다. 적두병을 못사온 것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어차피 일요일에는 열지도 않는 가게였고 그걸 확인 못하고 갔다가 헛걸음 친 내 잘못이니 딱히 그럴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넘겼다.
이렇게 초반에는 기세등등(???)했다가 후반에는 뭔가 몇 퍼센트 부족하게 끝난 대구 여행이었는데, 이후로는 그 동안 빠져나간 돈을 다시 벌어들이기 위해 일을 계속 하고 있어서 다음 외지 여행이 언제, 또 어디로 있을 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3월 말에 하는 통영국제음악제 때문에 아마 그 쪽에 또 발을 디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운이 좋으면 혼자가 아니라 지인과 동행할 예정이라 그 동안의 독고다이 식 여행과 달리 뭔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