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코믹 후기란걸 또 써본다. 다만 최근에 코믹 관련해서 이런저런 부정적인 소식들도 많이 들려오고 있고,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하철역 무개념 코스어들의 뻘짓도 여전하기 때문에 입장 전까지는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첨언해 두고 시작. (디카를 깜빡잊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 비통할 정도였다. 채증용으로 얼굴까지 다 보이게 찍어서 엿좀 먹이고 싶었는데.)
전날(26~28일)까지 가산디지털단지 모 의류업체에서 알바를 뛰었기 때문에 꽤 피곤했고, 예매권도 구입하지 않은 상태라서 일찍 간다는 행위 자체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는 일단 잠을 푹 잤다. 그리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점 대충 챙겨먹고 11시 30분 쯤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위에 첨언한 무개념 코스어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학여울역 도착.
체력도 별로 없는데 에스컬레이터까지 고장이어서 꽤 언짢은 기분이었다. 물론 더 언짢았던건 고장이라고 분명히 표기해 놓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내려오던 무개념 코스어들의 모습이었고. 다음에는 디카를 꼭 챙겨가야겠다.
전 부스를 다 눈여겨보기가 힘들 것 같아서 나름대로 '안면이 있는' 부스 몇 곳을 찾아 위치를 적어두고 그 곳들만 우선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첫 타석에 걸린 물건은 미치루 화백과 망르 화백의 공동 작품인 하츠네 미쿠 동인지(18금. 3500\).
제작 단계부터 일본 코미케를 염두에 둔 것이라 거의 100% 일본어라는 것이 치명타였지만, 어쨌든 구입했다. 어차피 18금 동인지라는 것 자체가 번역이 필요할 만큼의 고난도 대사를 요하는 건 아니니까(...). 다만 미치루 화백이 맡은 부분은 꼭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한국어판이 나오면 어떻게 될 지.
하지만 나머지 부스들 같은 경우에는 일단 우선 순위를 두고 돌아보기는 했지만, 구입할 만한 물건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지난 번 행사들에서 구입한 것들이라 더 살 필요가 없었거나, 나름대로 기대했지만 펑크로 인해 선보이지 못한 물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2월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리고 미리 점찍어 뒀지만 정작 가서는 자금의 압뷁 때문에 사지 못한 것도 있었고.
그리고 미쿠 동인지를 사고 돌아서자마자 코믹에서는 이상하게 레어 아이템인 엠마 관련 회지를 파는 부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균짱 화백의 작품이었는데, 단행본 1~7권에 이르는 거의 모든 본편을 골고루 패러디한 4컷 회지(3000\)였다. 엠마 관련 회지는 예전에 진지한 내용의 것을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코믹 패러디는 이게 처음이었다.
엠마부터 시작해서 악역인 캠벨 자작이나 오도넬까지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골고루 철저하게 망가지는 대박 아이템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사보는 4컷 코믹지였다. 일단 여기까지 구입한 뒤 로리꾼 화백의 부스를 찾아갔다. 거기도 대충 지난 번 참가했을 때의 제품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나마 추가된 럭키☆스타 팬시 네 종류와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 필통을 건진 것이 수확이었고. (▶◀ 코나타-카가미-츠카사-미유키 4인방 외 캐릭과 아키라 지못미. 다음 번에는 클라나드 기대하겠음)
입장료와 참가비 모두가 인상된다는 소식은 관람객들과 참가자들에게 여전한 떡밥이었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대체할 만한 행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태니 그게 심각한 문제다. 냉혹한 시선으로 본다면 독과점의 폐해가 몇 년째 유지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번 대선 만큼이나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다.
어쨌든 점찍어둔 부스들을 돌아보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뭔가 '이스터 에그' 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1관부터 통로를 돌면서 양쪽의 부스들을 하나하나 대충 눈짓으로 봐가며 거닐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스터 에그' 를 하나 더 발견했는데, 페코린 화백의 아리아 4컷 회지(4000\)였다. 개그 센스는 엠마 회지에 비하면 좀 약한 듯 보였지만,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컬러 에피소드-일본 아리아 앤솔로지에 실렸다고 함-등의 포스에 힘입어 구입. 알고 보니 저 화백은 모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의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데, 그림이나 디자인이 괜히 깔끔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 언급한 아이템들은 모두 1관에서 구매한 것들이었는데, 애석하게도 3관에서 지른 것은 없었다. 회지와 공CD 등 '실용적인' 아이템을 주로 찾는 내 눈에 공CD/공DVD 7종 세트가 눈에 띄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지갑이 얇아진 탓에 결국 포기하고 나와야 했다. (2월에도 팔고 있기를)
'방학 대목' 에도 불구하고 1월을 훌쩍 건너뛰고 2월에야 다음 서코를 진행한다는 것이 좀 켕기는 상황인데, 몇몇 블로그를 보니 1월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온리전' 의 여파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리고 계속 SETEC을 개최 장소로 선택하는 것도 aT센터 측이 '코믹 입장객들의 무질서' 에 이골이 나 대관을 불허하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고. 이러한 소식들 중 아직 확실히 검증된 것은 없지만, 코믹 주최측의 움직임이 이렇게 샤일록이나 스크루지 수준으로 해석되는 것은 정말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p.s.: 어쨌든 제목처럼 '4컷만화 보기 좋은 날' 이었지만, 멀지 않은 대치역 근처 은마아파트 상가에 새로 터를 잡은 할아버지 돈까스를 찾아내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나름대로 행운이었다. 사실 지난 코믹 때도 찾아 봤는데, 지하철 역 내의 상가에 있는 줄 알고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포기한 전력이 있었다. 디카가 없어서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혀끝의 맛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유쾌하다. (다만, 여기도 가격이 1000원씩 올랐음. 돈까스는 5000\. 위치가 위치인 만큼 임대료가 세서 그런가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