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채로 신탄리역에 갈 때면 늘 찾는 식당이 약수식당이라는 보리밥과 두부 전문 음식점이다. 이전 포스팅 말미에도 써놨지만, 3월 말에 시간 꼬여서 못간 게 뒤끝으로 남아서 6월 초에 두 번째로 경원선 통근열차를 탔을 때 기어코 다시 맛을 볼 수 있었다.
가게 앞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으니 패스.
하지만 끝모르고 오르는 물가 덕에 가격은 변함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보리밥 한 상을 받기 위해 7000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과 4년 전에 먹었을 때는 5000원이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가게 안은 아직 오후 네 시 반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앞 테이블에서는 누군가와 대거리 한 판하고 왔는지 잔뜩 상기된 표정의 아주머니들이 막걸리와 녹두전으로 꽤 이른 술판을 벌이며 뒷담화를 하고 있어서, 분위기 자체는 좀 많이 뒤숭숭했다. 그렇다고 그 분위기에 주눅 들어 가게를 나올 만큼은 아니었고, 늘 먹던 순두부보리밥을 청했다.
가격은 올랐지만 상차림은 거의 같았다. 물론 제철이 아닌 나물은 없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먹을 수 있는 푸성귀들만이 올라오는 덕에 특별히 걱정스럽게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예전처럼 김치를 제외한 모든 푸성귀들을 싹 밥이 담긴 그릇에 쓸어넣었고,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숟가락으로 팍팍 비벼서 먹었다.
순두부도 마찬가지로 그릇에 덜고 간장 양념장을 쳐서 쳐묵쳐묵.
물론 예전처럼 김치 약간과 고추장, 양념장 빼고는 싹 비웠다. 푸성귀와 밥이라는 그린벨트 식탁도 고추장과 들기름만 있으면 충분한 성찬이 될 수 있다는 진리는 여전했고, 약간 거친 질감이기는 했지만 잡맛 없이 고소했던 두부맛도 그랬다. 또 고추장의 힘 덕에 갔다와서 또 설사에 시달렸다는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일부러 먹기 전에 두유 한 팩으로 속을 코팅해주고 먹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예정대로면 이제 올해 11월 이후로 경원선의 남측 종착역은 신탄리역이 아니라 백마고지역이 된다. 과연 그 변화가 신탄리역의 풍경에 어떤 변화를 줄 지는 모르겠지만,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그리 갑작스레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새로 개통되는 곳에 대한 호기심도 여전히 있고. 이번 달만 해도 분당선 왕십리~선릉 구간과 7호선 온수~부평구청 구간의 개통도 예정되어 있으니, 제한적 철덕에게는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릴 듯 하다.
물론 이미 개통된 수인선 오이도~송도 구간과 의정부 경전철도 각각 개통 당일과 며칠 뒤에 타볼 수 있었는데, 한 쪽은 기대되었고 한 쪽은 실망스러웠다. 자세한 건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