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지난 달(11월) 중순에 2004년에 열린 제2회 경남국제음악콩쿨 실황 음반을 뮤직앤시네마라는 온라인 중고CD숍에서 입수할 수 있었다.
사실 2004년 결선을 담은 두 장짜리 CD의 경우 올해 통영에 갔을 때 그 곳의 한 음반 가게에서 실물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도 지르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파는게 아니라 가게 주인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거라고 해서 포기해야 했다. 음악제 주최 측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없다고 해서, 누군가가 중고 매물로 내놓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처럼 나왔고.
ⓟ 2005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Foundation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2004 경남국제음악콩쿨은 바이올린 부문에서 진행되었는데, 마지막 결선에 올라온 연주자들 중 네 명이 최종 수상자가 되었다. 3위 수상자가 없어서 예전과 달리 한 명이 적은 모양새였는데, 실제로 이런저런 음악 콩쿨의 수상자 목록을 보면 심사위원단이 그 등급에 해당하는 참가자가 없다고 여겨 아예 '수상자 없음' 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다.
11월 19일에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결선 실황을 담은 것이 위의 CD인데, 순위대로 다음과 같이 수록되어 있다.
CD 1
1위-이보경(한국):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2위-에린 키프(Erin Keefe, 미국):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CD 2
4위-카를라 뢰어스(Carla Leurs, 네덜란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5위-린 위에(Yue Lin, 중국):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결선 진출자들 중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을 아무도 고르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는 했지만, 이렇게 해서 브람스와 시벨리우스 협주곡 보유 음원들에 한국 관현악단이 협연한 음원을 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결선에서 관현악 반주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당시 상임 지휘자였던 박은성의 지휘로 맡았는데, 1회처럼 통영에서 가까운 창원이나 여타 부산/경남권 관현악단이 아니라 꽤 먼 수원에서 악단을 섭외한게 좀 이상하게 보였다. 어쨌든 귀한 음원이 손에 들어왔으니 어느 악단이 어디에서 연주하든 그건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지만.
이 녹음도 다른 경남국제음악콩쿨 실황 음원들과 마찬가지로 심사 기간 중의 연주를 편집 없이 담은 것이라 치열한 경쟁 의식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의 순간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좀 매정한 것 같지만 4위와 5위 연주자들이 왜 그 등수를 받았는지도 이 녹음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관현악보다 너무 앞서나가거나 뒤처져 페이스를 잃어버린다거나 악보를 순간적으로 잊어버려 이상하게 넘어가는 치명적인 실수가 한두 번씩 나와서 안타깝다.
물론 그 연주자들이 늘 그렇게 이상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도 아닐 테고, 결선의 중압감 때문에 그랬다고 해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심사위원들은 그 순간의 연주로 당락을 가려야 한다. 이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콩쿨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이 음반도 동전의 양면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녹음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만, 좀 까다롭게 듣자면 약간 흐릿한 음색이고 관현악이 좀 크게 녹음된 기색이다. 그리고 차이콥스키 협주곡의 경우 2악장과 3악장이 이어지도록 되어 있지만, 2악장 끝을 페이드 아웃으로 처리하고 공백을 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편집이었다. 그리고 박수는 네 번의 연주 모두 생략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1회와 2회, 5회, 6회 네 차례의 콩쿨 기념 음반을 손에 넣게 되었는데, 그 사이의 공백인 3회와 4회의 음반도 만약 있다면 계속 매의 눈으로 노려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콩쿨도 마찬가지고. 콩쿨 관련 기사의 스포트라이트는 주로 결선 진출자가 받기 마련이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반주 악단과 지휘자도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까지의 정보를 간추려 봤다.
2003 (첼로. 결선일 11월 29일): 창원시립교향악단/장윤성
2004 (바이올린. 결선일 11월 19일): 수원시립교향악단/박은성
2005 (피아노. 결선일 11월 4일): 비드고슈치 포모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Filharmonia Pomorska Bydgoszcz)/미로수아프 야체크 부아슈치크(Mirosław Jacek Błaszczyk)
2006 (첼로. 결선일 11월 3일):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서현석
2007 (바이올린. 결선일 11월 3일): 앙상블 TIMF/김홍재
2008 (피아노. 결선일 11월 8일): 앙상블 TIMF/이대욱
2009 (첼로. 결선일 11월 21일): 앙상블 TIMF/김봉
2010 (피아노. 결선일 11월 6일): 창원시립교향악단/정치용
2011 (바이올린. 결선일 11월 5일): 앙상블 TIMF/아드리엘 김
2012 (첼로. 결선일 11월 3일): 앙상블 TIMF/최수열
2005년에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폴란드에서 날아온 악단과 지휘자가 결선 반주를 담당한 것이 매우 눈에 띄는데, 아마 저 악단이 내한 공연을 하려던 시점과 콩쿨 결선이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저 악단이 1991~93년에 우키가야 타카오의 지휘로 세계 최초이자 2012년 현재도 유일한 윤이상 교향곡 전집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어느 정도 일조한 것 같고.
그리고 이 CD를 구입한 온라인숍에서 또 다른 희귀반 하나를 같이 주문했는데, 그것도 다음에 차례대로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