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5월)은 내게 그다지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는데, 왼쪽 어금니 일부가 깨져서 치과에 가보니 또 이곳저곳 손봐야 할 곳이 있어서 거의 한 달의 2/3 가량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임시 치아를 박았든 반영구적 인공 치아를 박았든 간에 '당분간 그 쪽으로는 씹지 마세요' 라는 가혹한(???) 지시 때문에 치과에 갈 때마다 늘 무의식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그 기간 동안 그 지시를 지켜가며, 또는 중간에 치아 하나를 해넣고 차도를 보는 사이에 씹는 자유를 잠시 누리는 동안 바깥에서 입의 즐거움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기회도 있었다.
16일에는 2월 이래 매 달마다 돌아오고 있는 아르떼홀의 재즈 공연이 있었는데, 마침 공연장이 있는 곳이 합정역 근처였기 때문에 예전에 갔다가 꽤 오랫 동안 찾지 못한 마포만두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공연 시간보다 좀 일찍 가서 다시 그 곳을 찾았다. 다만 6년 전의 그 때와 달리 재개발이 거의 다 끝나 있어서 주변 모습이 매우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약간 헷갈리면서 찾아가야 했다.
그나마 만두, 특히 교자 계통 만두는 그렇게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고 한 쪽으로만 씹어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택한 곳이기도 했는데, 한 판으로는 분명 성이 안찰 것 같아서 고기만두 한 판, 그리고 갈비만두 한 판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벽에 붙은 유명인의 사인을 무심하게 지켜보다가 유달리 튀어서 짤방을 박아본 하일 형님의 사인. 2011년이라면 '쌀↗국↘수↗ 뚝↑배↓기' 가 대유행했을 때였고, 그걸 감안한 건지 사인 옆의 문구도 패러디였다. 하지만 '한만두' 라는 단어는 야구 팬들, 특히 박찬호 팬들에게 일종의 금지어이기도 해서, 스포츠 팬은 아니지만 묘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받은 만두들. 맨 윗쪽의 것이 갈비만두, 가까이 있는 것이 고기만두다. 오른쪽의 우동 국물은 서비스. 밑반찬으로 단무지도 나왔지만, 한 쪽으로만 씹어먹기가 꽤 귀찮아서 몇 개 깨작대다가 말았다.
고기만두. 사실 이건 갈비만두만 두 판 시키려다가 너무 단조로울 것 같아서 '고기만두랑 김치만두 중에 뭘 시킬까?' 하고 고민하다가 택한, 일종의 '선심성 주문' 의 피해 메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갈비만두가 양념맛 때문에 강한 임팩트가 있다고 하면, 이 고기만두도 한국식 고기만두의 전형적인 맛과 모양새여서 불만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갈비만두. 여전한 간장 베이스의 갈비양념 맛이 풍기는 독특함 때문에 찾지 않을 수 없는 메뉴였다. 둘 다 한 판에 열 개씩이었고, 덕분에 너무 모자라지도 많지도 않은 양으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만족스럽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입맛이 땡겨서 '24시간 영업한다는 데 한 번 더 가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자금 절약의 문제도 있고 해서 그냥 돌아 왔다. 아무튼 이번 달(6월)에도 아르떼홀 공연을 보러 온다면 또 여기서 끼니를 때울 의향은 충분히 있다.
이틀 뒤인 18일은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그 동안 알바한 돈으로 지인에게 위탁한 일본 HMV와 미국 아마존의 CD를 받아오는 날이었고, 또 통산 세 번째로 카페 사마리칸트-이제는 간판을 제대로 바꿔서 카페 사마르칸트라고 하는 게 맞는 표기다-를 방문한 날이기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식당 앞도 찍고 왔다. 분명히 '사마르칸트' 로 제대로 바뀐 간판이 보인다.
메뉴판도 물론 찍었...지만 자세한 메뉴는 또 못찍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아쉬움을 남겨 놓아야 잦은 재방문에 도움이 될 까봐 그랬...기는 개뿔.
어쨌든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바로 지난 번 2013 지구촌한마당 세계음식축제에서 처음 맛을 보았던 쁠로프를 '제대로 다시 한 번' 먹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거기보다 비싼 8000원이었지만, 그 만큼 좀 더 많은 양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모리 카오루 화백의 신부이야기 3권 뿐 아니라 5권에서도 결혼식의 손님 접대 음식으로 또 등장해서 식욕을 자극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사실 5권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쁠로프가 아니라 양을 이슬람 식으로 도살하는 장면의 묘사였지만 이 날은 왠지 동행한 지인이 식욕이 그다지 없었는지 다른 걸 더 시키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양고기 요리는 따로 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우선 내가 주문한 쁠로프. 확실히 더 양 많고, 먹음직스럽고, 또 기름진 모양새였다.
옆에서도 짤방 하나 더. 볶음밥 위에 올라간 고기도 훨씬 많았고, 당근도 매우 부드러워서 안심했다.
그리고 동행한 지인이 주문한 양배추 고기말이. 정확히 뭔지 기억이 안나지만 원래 다른 쌀요리 메뉴를 시켰다가 재료가 없다고 해서 대신 고른 메뉴였다. 밥은 원래 나오지 않지만 따로 요청해서 주문했다.
서로 나눠먹어 봤는데, 양배추 고기말이는 다진 고기와 쌀, 향신료 등을 섞어서 양배추와 피망에 넣은 것이었다. 터키와 그리스 등 지중해나 발칸 반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요리라고 하는데, 다만 거기서는 포도나무 잎을 쓴다지만 이게 중동으로 오면서 구하기 힘든 포도잎 대신 양배추를 사용한 것 같다. 향신료 맛의 생경함이 좀 강하기는 했지만, 이것도 곧바로 익숙하게 먹을 수 있었다.
쁠로프는 정말 후회없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맛있게 싹싹 비울 수 있었는데, 물론 기름기의 압박이 심해서 같이 시킨 차를 마셔가며 먹어야 했지만 그 만큼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보장해 주었다. 사실 쁠로프를 비우고 나서도 '역시 라그만도 하나 시켜서 나눠먹을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라그만도 다음 기회에 꼭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발찌카 맥주나 보드카도 곁들이고 싶고.
그리고 다음에는 한양대 근처에서 먹은 돈까스 시리즈와 두 번째 광주 방문기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올릴 예정이다. 아마 시간 순으로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먼저 올라갈 것 같은데, 광주 쪽은 일단 에피소드가 많아서 좀 정리하고 나서 올려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다음에 '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