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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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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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서 흔히 '대통령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바로 지휘자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음악성 뿐 아니라 관현악단이나 합창단, 혹은 취주악단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정치력' 과 '행정 수완' 도 있어야 하고, 옵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매우 바람직한 '원만한 인간 관계' 까지 갖춰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지휘자는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신동을 배출하기도 힘들고, 아마추어가 되는 것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다음의 두 사례는 참 난감할 수밖에.

#1: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재위 1947-1972)

물론 왕이 음악가를 겸한 것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꽤 뛰어난 플루티스트이자 작곡가였다고 한다. 군주는 일단 졸라짱쎈 먼치킨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예술에 관한 소양도 기본 교육에 포함된다. 왕은 아니지만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 심지어 김정일 마저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왕은 음악 교육에 한해서는 기본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2차대전 이후 국왕의 정치력은 거의 상실되었으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에도 충분한 여건이었고. 결국 이 왕은 50년대를 전후해 지휘자로 데뷰했다. 게다가 그의 지휘 활동은 아마추어 악단이나 소규모 악단도 아닌, 덴마크 국립 방송 교향악단과 덴마크 왕립 관현악단이라는 자국의 1급 악단에까지 미쳤다(←아무래도 '왕' 이니까 가능했을 듯).

최근에 덴마크의 '다 카포(Da Capo)' 라는 음반사에서 이 왕이 지휘한 실황 녹음을 CD 3장에 담아서 발매했다. 개중에는 룸비예(Lumbye)의 왈츠나 폴카 같은 가벼운 곡들도 있지만, 베토벤 교향곡 제 3번 '영웅' 과 제 7번,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 8번 '미완성',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 와 '탄호이저' 서곡 같은 본격적인 레퍼토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소나티네 교본으로 유명한 쿨라우(Kuhlau)라던가 가데(Gade), 뵈레젠(Børresen)같은 자국의 작곡가 작품까지 있었고. 연주 자체도 꽤 충실한 편이다.

#2: 증권 투자가 길버트 카플란

영국 출신의 이 증권 투자가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읽혀지고 있는 경제 관련 잡지의 편집자이며, 증권업 하나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말러(Mahler)의 교향곡 제 2번 '부활' 에 푹 빠지게 되었고, 독학으로 지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굉장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아메리카 교향악단을 '돈주고 사서' 지휘자로 데뷰했고, 그 데뷰곡은 위의 교향곡이었다. 심지어 그는 영국의 '코니퍼(Conifer)' 에서 런던 교향악단을 지휘해 이 곡을 녹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는 멀었고, 그는 작년에 저 교향곡의 악보를 직접 편집한 새로운 개정판을 가지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세계 굴지의 클래식 메이저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에서 새 음반을 냈다. 빈 필이라고 하면, 국내에서 지휘/녹음한 사람은 정명훈 한 사람 뿐이고 지금까지 녹음을 남긴 지휘자들은 100명도 안되는 초 메이저 악단이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저 교향곡 제 2번 외에는 다른 곡을 일체 지휘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진정한 말러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사용하는 지휘봉과 손에 끼고 있는 반지도 생전에 말러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역시 '권력' 과 '돈' 이 짱이다...???

(네이버 블로그, 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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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생애 첫 본격적 알바 건수가 들어온 것이 바로 12월 31일. 서울역에서 새마을호에 비치되는 월간지 '레일로드' 의 과월호 교체 작업이었다. 알바 대행업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라고는 했는데...

양손: 주먹을 꽉 쥘 수 없음. 특히 왼손은 심해서 물집도 잡히고 쩍쩍 갈라짐.
다리: 오른쪽 다리가 매우 불편함. 까딱하면 며칠간 질질 끌고 다니게 생김.
허리: ...며칠간 남자 자격 없음...

책을 얕본 것이 실수였다. 새마을호만 하루에 60대가 들어오고 나가는 서울역에서 새 과월호를 플랫폼에 들여놓는 것부터 꽤 힘들었고, 차가 출발하기 몇 분 전에 이전 과월호를 등받이에서 다 수거하고 새 과월호를 몽땅 끼워넣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새마을호에 새로 비치되는 헤드폰 포장 작업이나 무궁화호 특실용 스티커 부착 같은 잔업도 있었고. 아마 서울역 출발/도착 새마을호의 '레일로드' 는 우리 손을 다 거쳐간 것일 듯 하다. 뭐 그렇다 해도 죽을 만큼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고, 둘째 날이었던 오늘 일은 그래도 요령이 생겨서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일은 3일 계약이었고, 예정대로라면 내일까지 나갈 수도 있었다. 하루에 3만원이라서 이 기회에 돈 모아 일본에 CD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오늘 예정된 6명의 계약자에 네 명이 더 왔다. 회사측의 한정된 알바 수당 때문에 내일 알바중 한 명을 '짤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일단 계약 측도 '예전에는 여섯 명 온다고 하면 절반은 오지도 않았는데, 이번처럼 철저하다 못해 추가로 사람이 온 경우는 처음이다' 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확실히 불경기는 불경기. 결국 가위바위보로 한 사람을 '숙청'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2004년, 나의 띠인 원숭이가 두 번째 돌아오는 갑신년 첫 날, 결국 알바 소득은 9만원에서 6만원으로 줄고 말았다.

...;w;

(네이버 블로그,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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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가을은 그야말로 나에게 있어서 매우 드라마틱한 해였다. 2학년 2학기의 중간고사 과제곡이 두 곡이나 되었고, 그 압박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했었는데 지금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과제곡 두 곡은 각각 현대음악 기법에 의한 가곡과 아카펠라 4부합창곡이었는데, 합창곡은 그나마 쓰기가 수월했지만 가곡이 문제였다. 귀차니즘은 날이 갈 수록 더해졌고, 결국 가곡은 담당교수님의 지도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사보 작업과 함께 겨우 며칠 동안 쓰여져야 했다.

사실 작곡과 학생들은 제출곡 마감날에 '작곡' 보다는 '사보' 에 시달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데, 학교 이름이 들어간 정식 악보 용지에 일일이 수성사인펜-초기에는 로트링 만년필도 썼는데, 의외로 잘 번져서 지금은 거절-으로 깨끗이 그려서 제출해야 받아준다. 컴퓨터 사보의 경우에는 4학년이나 돼야 가능하고.

사보만으로도 힘이 딸리는 상황에 가곡까지 들어앉았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결국 가지고 있던 몇 푼을 털어서 동네 슈퍼에 갔다. 우유와 함께 비닐봉지에 숨겨 들어왔던 것은 바로 캡틴큐와 조우커. 각각 '럼' 과 '위스키' 라고 빡빡 우기고 있지만, 딱 잘라 말하면 '맛없는 어중간 도수의 하급주' 다.

한 켠에 술병을 까놓고 한 모금씩 마시면서 곡을 쓰고 사보를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곡은 대체 누가 썼는지, 아니 그렸는지 완전히 피카소 말년의 데생 마냥 널부러져 있었고, 사보 용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래 그림처럼 되었다.


그나마 마감 기일이 며칠은 남아 있었고, 일단 가곡은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보 때 또 그놈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고, 합창곡 사보를 끝낸 직후 더이상 못견디겠다 싶어서 일단 또 집을 나섰다.

그러고보니 메고 나온 가방 속에 한 연주회 홍보 찌라시가 있었고, 그 길로 예술의 전당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그 날 연주회의 경험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주시향과의 인연이라는, 서울 사람으로서는 아주 괴상한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p.s.: ...그리고 남은 술은 곡 내고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지독한 숙취 때문에 고생했다...

(네이버 블로그, 200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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