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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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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인터넷 소설가'...라고 해도 알 사람은 다 알 어느 화상이 서울의 어느 대학교-이것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음-에 합격했다는 것이 큰 파문이 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연예인 특례 입학' 은 많은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캠퍼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명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본업에 바쁜 탓인지 뭔지 출결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이 '학문 연구의 전당' 으로 역할을 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인데, 자본주의 사회인 이상 대학도 '인기' 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수긍하는 바이다. 물론 SKY 같은 애당초부터 '졸라짱쎈 투명대학교' 들은 인기몰이를 굳이 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굳이 나의 입장을 이야기해 보라면, '반대' 다. 나도 (절대 자랑이 될 수는 없지만) 재수생 시절을 1년 경험하고 꽤 힘들게 대학에 들어간 사람으로서, 차가운 이성보다는 뜨거운 감성이 자극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한번 그 '이성 모드' 를 가동시켜 보면, 그렇게 열을 내야 할 이유도 사실 없는 것 같다. 위의 '인터넷 소설가' 를 비롯한 연예인들은 아주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그 시대의 요청에 따라 급조된' 인물들이라, 좋건 나쁘건 한 순간 이슈가 된 이후에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나는 여느 특례 입학 연예인들처럼 저 '소설가' 도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대중소설 방면에서 큰 세력이 있는 한 작가가 대대적인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리 좋지 않은 시각이 팽배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 '소설가' 와 대학교의 이번 해프닝은 아마 1년 정도 후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일 것이고-물론 나같이 몇 년째 물고 늘어지는 거머리도 있다-, 대학의 학보라던가 연감 같은 것들의 '부정할 수 없는 기록' 을 통한 '역사' 로 싱싱하게 보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도, 그 '역사' 의 파장은 대단할 것이다. 법에 저촉되지도 않은 이번 사건이었지만, 역사 앞에서 그 '소설가' 와 대학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끝없이 잔소리를 들어도 참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교육 기관으로서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있으면 매우 바람직한'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200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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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는 80G라는 비교적 막강한 하드 용량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파티션 별로 합쳐도 10G가 채 못 된다.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업그레이드로 아예 '껍데기와 모니터 빼고 다 바꾼' 이유는 바로 기가 샘플러 등의 음악 작업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거기에 필요한 음원들의 용량이 장난이 아니고-대표적으로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음원 하나만 1G임-, 거기다가 그것들을 수용할 성능 문제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업그레이드로 컴퓨터 하기는 편해지기는 했어도, 정작 하드의 80%를 차지하는 음원들 중 하나도 제대로 써 본 것이 없다. 나의 기계치가 입증되는 대목이다.

사실 전자음악 쪽 보다는 사람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에 훨씬 정이 가는 스타일에서 너무 무리한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지우자니 너무 아까운 것들이라 참 난감하다.

이러한 까닭에, 일단 무언가 중요한 자료가 있으면 굽는 것이 요즘 컴퓨터 기능의 대부분인 것 같다. 예전에는 '아즈망가 대왕', '쪽보다 푸른', '오네가이 티처' 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음악 CD가 추가되었다.

CD를 소중히 다루기는 하지만, 한번 덤벙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어리버리즘에 빠지는 몹쓸 성격 때문에 날려 먹은 CD도 여러 장이다. 그 때문에라도 귀중한 것들은 구워 놓는 것이 일과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구워놓은 CD로만 듣는 것도 40장이 넘어간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 격으로 이번에는 CD를 꽂을 공간이 부족하다. 몇천 장을 소유하고 있는 진짜배기 매니아들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클래식 CD만 200장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방이 정말 좁아질 수밖에. 가뜩이나 정리 안하는 성격에 꽂을 데 없어 쌓아 올린 구운 CD까지. 왜 날 뷁이다.

(네이버 블로그, 20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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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는 것은 주로 만화책이나 잡지 뿐이고-그나마 헌책방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임-나머지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읽고 오는 소위 'only read' 족에 속할 것이다.

물론 문화상품권 같은 것이 생기면 책 사는 것에 투자하기도 하는데, 그 중 22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아직도 보류중인 책이 있다. 하지만 꼭 가격 때문은 아니었고, 책의 진실성이 요즘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의 책은 '증언(Testimony)' 이라는 제목인데, 구 소련의 3대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가 말년에 볼코프(Solomon Volkov)라는 후배 음악학도에게 구술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너무도 민감한 소련 체제 비판을 담고 있어서 쇼스타코비치 사후에 서방에서 출간되었고, 출간 당시 많은 러시아 음악학자들이 이 책의 진실성을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번이 첫 출간은 아니었고,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하면 아주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어느 일보사에서 조악하기는 했지만 이미 한글 번역판을 1980년대에 낸 바 있었다.

물론 쇼스타코비치가 평생 존경했다는 스승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아니면 소련 시절 지독한 어용으로 유명했던 흐렌니코프(Tikhon Khrennikov) 같은 작곡가에 대한 내용은 나도 공감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동료였던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라던가 '망명파' 에 속하는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에 대해서는 거의 악의적으로 써놓고 있어서 의문이 가는 점이 많았다. 또한 1940년대 그가 휘말린 '형식주의 논쟁' 을 언급한 대목은 너무나 자기 변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한국어 번역자가 쓴 일종의 에필로그가 쓰여져 있었는데, 물론 책의 진실성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 '진실성' 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지나친 편파성이 참 거슬렸다. 이 책이 상당 부분 날조되어 있다는 주장은 단지 소련 당국의 선전에 지나지 않으며, 요즘에는 거의 언급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 음악잡지에서 이 책이 나온 지 1년 정도 지나서 프로코피에프 서거 50주년(올해) 특집 기사를 실으면서 이 책에 나온 프로코피에프 비판을 인용했다. 그리고 그 서두에는 '볼코프가 책의 진실성을 해명한 자료가 너무나도 부실해서 더욱 의구심이 간다' 라는 넋두리를 달고 있는데, 그럼 볼코프의 저 책은 어느 정도가 진실일까?

솔직히 따져보면 쇼스타코비치가 정부에 '개긴' 적은 있기는 있었다. 유태인 문제를 쉬쉬하던 소련 당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교향곡 제 13번 '바비 야르(Babi Yar)' 가 그랬고, 특별히 정치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교향곡 제 9번이나 10번도 마찬가지로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과 교향곡 제 9번으로 두 번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스탈린에 대한 상찬으로 끝맺는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스탈린 사후 가사가 일부 개작됨)', 소비에트 혁명을 그린 교향곡 제 12번 '1917년', 그리고 수많은 영화 음악은 오히려 당과 정부에 영합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또한 스탈린상, 레닌상 등의 여러 영예와 공훈예술가, 인민예술가 등의 칭호를 받았고 소비에트 평의회 부위원장 직책 또한 가지고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도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양면성이 작품에도 나타난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작품들을 놓고 과연 그가 '반체제 인사' 였는지, 아니면 '어용 작곡가' 였나를 따지는 것이다.

사후 30년도 아직 되지 않은 현대사의 인물을 평가하는 작업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폐쇄적인 공산 국가에서 생애를 보낸 사람이니, 이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는 일도 그럴 것이고. 하지만 그러한 평가 작업과 별도로 이러저러한 극단의 의견이 난무한다면 그것도 참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저 책을 살지 말지 고민 중인 것이고.

(네이버 블로그, 20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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