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정글 잡설록

블로그 이미지
말 그대로 잡설록 (공지 필독!!!)
by 머나먼정글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나는 기차라던가 지하철 등의 소위 '철도' 를 좋아해서, 차로 떠나는 여행 등은 많이 기피해 왔었다. 그렇다고 멀리 나가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하지만 음악 때문에 지방을 가는 '미친 짓' 을 2년 전 시작한 이래, 전주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내려가는 곳이 되었다. 또한 통영국제음악제 때문에 내려갔던 통영은 현재 나의 한반도 최남단 방문지가 되어 있다.

전주와 통영, 그리고 아는 사이트의 정모 때문에 내려간 대구. 이 세 곳은 모두 나 혼자 가본 곳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 여러 애로사항을 꽃피게 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고생을 한 만큼 두 번째 갈 때는 훨씬 홀가분하다. 그리고 일단 '마음대로' 할 수 있으므로 개인주의 스타일인 내게 훨씬 편한 것 같다.

강원도의 경우, 가끔씩 명절 때에 친척 분들을 뵈러 춘천에 가는 것 이외에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두 번의 강릉 방문은 나에게 (좀 부정적인 것이었지만) 추억거리를 몇 개 남겨 주었다.

첫 번째로 강릉에 간 것은 중학교 때였는데, 모 신문사에서 단체로 떠나는 무박 2일 여행이었다. 하지만 굽이굽이 넘던 대관령을 비롯해 당시 차 여행에 약하던 나는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일정의 중요 코스였던 초당할머니순두부 집에서 별미로 소문난 두부 요리도 몇 숟갈 뜨다 말았고. 그 여행 전반에 걸쳐서 내 몸 상태는 좀 많이 좋지 않았고, 기억에 남는 것도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차에 면역(?)이 생긴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부터였다. 레슨 선생님과 같은 대학교에 들어간 탓에 방학 때면 여행을 떠났고, 새내기가 되었던 2000년에는 경포대로 갔다. 심야우등 차를 타고 떠난 첫 여행이었고, 어머니 외의 여자들과 함께 간 첫 여행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의 대면식 등을 통해 술이 몸에 익은 상태였고, 대부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제자들 중 '이단자' 는 무교인 본인과 권 모군(그외잡설 카테고리 첫 번째에 언급됨)이었다. 술은 대부분 나와 그 녀석 둘이서 한 밤 중에 모래밭에 앉아 마셔 버렸고, 여행의 피로가 겹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파라솔 안에 들어가 있기는 했는데, 그나마 팔과 다리는 그대로 땡볕에 노출된 꼴이었다. 살은 빨갛게 타버린 상태였지만 전혀 통증이 없었고, 그나마 해수욕은 유치원 다닐 때 빼고는 거의 해본 적이 없어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놀고 집에 갈 때쯤 되자 조금씩 따가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터미널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갈 때 쯔음에는 한 걸음 옮기기도 힘들게 되었다. 집에서 겨우 600미터 거리에 있던 한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가야 했을 정도였다.

그 날부터 2주일간 나는 '무모한 일광욕' 의 댓가로 매일 감자팩이며 알로에 겔 등을 팔다리에 바르고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고 반팔 티 안쪽과 바깥쪽 살의 경계선이 거의 1년 반이나 지속될 정도였다. 지금도 반팔을 입고 있으면 드러낸 팔 쪽이 좀 피부색이 짙다.

이렇게 '부정적인 경험' 만을 쭉 해 온 강릉 여행이었지만, 그러한 것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다시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네이버 블로그, 2003.11.27)
AND
어제 오후 종로 쪽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서 한 취객(?)이 고함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심한 사투리로 외쳐대는 대사는 초지일관 같은 억양과 단어로 계속되었고, 지하철역 안에서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담부터 담배피믄, 내 모가지, 딴다!"

일단 흥미가 있어 보이는 소재에서 이리저리 가지를 치는 것이 나와 여 모군의 대화 스타일이다. 물론 그 가지는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때도 있다. 우선 내가 운을 뗐다.

"저 사람은 그러면 부탄으로 보내면 되겠네."

(*부탄은 세계 최초로 국가에서 금연을 법제화한 나라임.)

그러나 Fireegg Friend 여 모군의 예상 외의 대답은 곧 대화를 하이개그화 시켜버렸다.

"거기는 당연히 담배 못피지. 불만 댕겨도 폭발할 텐데."




(네이버 블로그, 2003.11.27)
AND
ⓟ 2002 Tokuma Japan Communications Co., Ltd.

Fireegg Friend 여 모군으로부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정보를 얻기 시작한 이래, 내가 가장 자주 보았던 작품들은 역시 지브리 계열 작품들이다. 물론 단일 작품으로 가장 많이 본 것은 '카우보이 비밥-천국의 문' 이지만, 지브리 작품들은 중학교 이래로 지금까지 머릿속에 가장 오랫동안 각인된 것들이었다.

이 지브리,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히사이시 조라는 꽤 걸출한 인물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인물은 곧 김홍재라는 재일동포 지휘자로도 귀결되어 현재 (매우 유령화 되어있기는 하지만) 다음 카페 운영자라는 얼떨결성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 동안 듣던 구라모토 유키(유키 구라모토)도 물론 음악 자체에는 별 불만이 없지만, 내가 음악에서 추구하는 '긴장과 이완' 두 요소에서 긴장이 별로 없고, '세느강의 정경' 을 '가장 슬픈 음악' 이라고 오바하면서 떠들어댄 얼치기 평론가들 덕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기는 하다.

히사이시 조도 물론 지브리의 많은 작품들에서는 마찬가지의 통속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유키와 달리 많은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정식 음악교육 코스를 거친 까닭에 전투 장면 등에서는 전위적인 색채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관현악 연주가 주로 된 것을 선호하고, 거기서 더 나가면 아예 '교향조곡' 으로 다듬어진 연주회용 버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올해 처음 받은 장학금도 이러한 음반을 일본에 구매대행 하는데 거의 탕진해 버렸고, 히사이시 조의 경우 '나우시카', '라퓨타', '아리온', '원령공주', 그리고 '토토로' 다섯 장을 구입했다.

이 다섯 장 중 가장 즐겨 듣고 있는 것이 작년에 발매된 '오케스트라 스토리즈/교향조곡' 버전의 토토로 앨범이다. 기존의 교향조곡 앨범과 달리 같은 음악을 두 개의 버전으로 나누어 담고 있는데, 첫 버전인 '오케스트라 스토리즈' 는 지브리 작품의 특이한 홍보 전략에 일조한 이토이 시게사토의 일본어 나레이션이 곁들여져 있고, 두 번째는 음악만을 담은 것이다. 연주는 일본 내 유명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신일본 필하모닉이 담당했다.

히사이시 조 자신도 앨범 속지에서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청소년 관현악 입문' 과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의 '피터와 늑대' 두 작품을 의식했다고 쓰고 있는데, 실제로 첫 트랙은 브리튼 식으로 썼고 나머지 트랙은 프로코피에프의 아이디어를 빌어오고 있다. 즉, 첫 트랙에서는 관현악단의 악기들을 소개하고 있고 나머지 트랙들은 원작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축약해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전에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게임 음악으로 유명한 스기야마 고이치가 자신의 교향조곡들에서 발췌해 '드래곤 퀘스트 관현악 입문' 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를 발매한 적도 있는데, 일본인들은 이로써 굳이 브리튼과 프로코피에프 같은 외국 작품을 '교육용' 으로 쓸 필요가 없게 됐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브리튼처럼 개별 타악기까지 자세하게 해설된 것도 아니고, 프로코피에프처럼 등장 인물별로 악기들의 성격을 나누어 조합하는 류의 '작곡 기법' 면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것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전역에서 히트했고, 지금도 사랑받는 작품의 음악이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것은 위의 두 작품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흥겨운 주제가나 인상적인 선율들이 관현악의 연주로 재현되는 것은 곧 일본 청중들에게 '친숙함' 이라는 큰 강점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뱀다리로 이 앨범의 지휘는 위에 언급한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가 맡았다. 김홍재는 히사이시 조와 10여년 동안 관현악 협연의 조인트 라이브를 해 왔고, 1992년과 2001년 두 차례의 실황은 CD로도 나와 있다. 하지만 김홍재의 국적-조선적-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조총련계' 혹은 '북한 국적' 으로 오해받는 까닭에, 신일본 필의 홈페이지를 비롯한 많은 관련 사이트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지휘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네이버 블로그, 2003.11.27)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862)
[필독] 공지사항 (1)
음악잡설 (414)
만화잡설 (103)
사회잡설 (47)
식충잡설 (202)
그외잡설 (94)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