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늦은 2012년 결산 처묵처묵 짤방들. 예전에 갔던 곳들과 중복되었거나 따로 얘기 못한 처묵처묵 짤방들이다.
저녁 먹을 타이밍을 놓쳐서 미니스톱에서 사먹은 떡갈비도시락. 떡갈비 위에 얹혀있는 건 피자치즈인데, 생각보다 데워도 잘 녹지 않았다. 떡갈비 자체는 두툼하니 맛있었지만, 치즈가 너무 뱀발 같은 느낌이었다.
3월 중순이었는데도 쌀쌀한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 필요해서 사먹은 동경우동의 오뎅우동. 5년 전보다 가격이야 당연히 올랐지만 모양새와 맛, 양은 거의 그대로였다.
방산분식 우동. 역시 단촐하지만, 동경우동의 일식 우동과는 확실히 다른 중식 우동 맛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허수아비돈까스에서 먹은 로스까스. 일식 돈까스라 고기도 두툼하고 맛도 괜찮았는데, 가볍게 한 끼 해결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이후 재방문은 못하고 있다. 양배추 오른쪽의 뻘긋뻘긋한 건 살짝 매콤하게 양념한 단무지.
-4월-
역시 방산분식 볶음밥. 마찬가지 모양과 맛이었다. 쌈마이해 보여도 내 입맛에 맞고 양 많으면 되지 뭐.
볶음밥에 따라나온 달걀국. 맛은 역시 달걀국맛이었다.
-5월-
한솥도 돈이 궁할 때 자주 이용하곤 한다. 다만 궁할 때 이용하기에는 약간 사치스러운 새우믹스후라이 도시락.
세팅은 이렇게. 오랜만에 먹어본 새우튀김 맛이 괜찮았다.
승혜네떡볶이의 라볶이. 떡볶이+김치볶음밥 콤보를 무작정 주문했다가 그 양에 떡실신할 뻔한 뒤 오랜만에 갔을 때 가장 궁금해서 시켜먹었다. 삶은 달걀은 옵션으로 추가했고. 떡볶이 양념에 버무려주는 것 같았는데, 라면스프도 들어가는지 떡볶이보다는 좀 더 짜고 매콤한 맛이었다.그릇에 인쇄된 중국집 상호명과 전화번호가 신경쓰이면 지는 거다.
한솥의 김치볶음밥. 달걀프라이는 진리다.
지점에 따라 그냥 완제품을 데워주는 곳도 있고 볶아주는 곳도 있다는데, 여기서는 직접 볶아줬기 때문인지 훨씬 맛있었다. 다만 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방산분식의 간짜장.
우선 면에 고춧가루부터 팍팍 치고,
이렇게 짜장 소스 때려붓고 비벼서 처묵처묵. 역시 고춧가루를 뿌려먹으니 더 맛있다.
또 방산분식의 울면. 다만 이건 처음 주문한 메뉴였다. 먹어보고 나니 우동 국물에 녹말 풀어 걸쭉하게 만든 것이었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우동이 나은 것 같다.
-6월-
오랜만에 집에서 처묵한 것 짤방. 오뚜기 메밀비빔면이다. 인스턴트 비빔면은 팔도에서 나오는 게 유명하다지만, 나는 이게 더 좋다. 독일에서도 한인 상점에 오뚜기와 팔도가 둘 다 들어와 있을 때는 오뚜기 것을 사와서 끓여먹었다. 다른 방 룸메이트들에게 먹여보고 반응을 관찰하고 싶었는데...
한솥의 고등어구이 도시락. 생선이 먹고 싶어서 골랐는데, 생각보다 고등어가 작았고 또 반토막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 밑반찬의 젠장할 오이무침이라니...결국 저건 하나도 손 못대고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한솥 메뉴 중 구성품에 '밑반찬' 이라고만 표기된 건 '오이 들어가나요?' 라고 우선 물어보고, 들어가면 빼달라고 해야 겠다.
-7월-
노량진의 어느 노점에서 사먹은 김치볶음밥+스팸. 스팸이라고는 해도 진짜 스팸이 아니라 돼지고기+닭고기 섞은 쌈마이한 런천미트다. 맛은 괜찮았지만, 미리 조리한 볶음밥을 데워주는 거라서 밥알이 좀 마른 듯한 느낌이었다.
-8월-
꽤 오랜만에 찾은 탑골공원 오른쪽 담장 너머의 풍년집에서 처묵한 닭한마리.
닭이 좀 작아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먹을 만큼은 되는 크기라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뼈와 살을 분리시켰다. 사실 이 때는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치킨보다는 그냥 삶은 닭이 더 나아 보였다.
한솥의 카레도시락. 달달한 일식 카레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계속 먹어온 탓에 익숙함과 정감은 이런 한국식 카레를 당해낼 수 없다. 메뉴판 사진에는 그냥 일반 도시락 용기에 담아주는 것처럼 나왔지만, 여기서는 비비기 쉽도록 빅치킨마요를 담는 사발 형태의 용기에 담아줬다.
노량진의 한 노점에서 먹은 순대 한 접시. 주문할 때 '순대만, 섞어서?' 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당연히 섞어서 달라고 한다. 간과 귀, 오소리감투, 염통을 싸게 먹고 싶을 때 종종 처묵하는데, 가격은 2000원. 다른 노점보다 여기가 500원 더 싸다.
-9월-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강남점에 들르기 전에 신논현역에 있는 '소노야' 라는 체인점에서 사먹은 오뎅꼬치우동. 우동 말고도 소바에 라멘에 돈부리에 비빔국수에 초밥까지 별의별 걸 다 팔지만, 오히려 그 다양성이 '그냥 유동 인구 많은 데서 아무 거나 막 하는 곳 아닌가' 하는 편견을 낳아서 갈 일이 없던 곳이었다. 하지만 우동 맛은 다행히 크게 빠지는 것 없이 괜찮았다.
서동시집 관현악단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씨네코드 선재에 갔을 때 근처 정독도서관 식당에서 먹은 돈까스. 물론 영화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정독도서관도 오랜만에 들러보자고 생각해서 좀 일찍 가서 책 좀 읽다가 요기를 했다. 학교 건물을 개조한 도서관이라서 식당도 옛 학교 부속 강당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여타 서울 시내의 시립도서관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돈까스는 크기가 좀 작아보여서 처음에는 실망했는데, 대신 두께가 두툼해서 다행이었다. 특이하게 데미글라스 소스에 잘게 썬 당근을 추가하고 있었다. 다만 양배추채에 얹어준 딸기 드레싱은 샐러드 드레싱에 과일 들어가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저냥.
소문난집 추어탕의 해장국. 여기도 참 오랜만에 들렀는데, 배가 고플 때면 늘 이렇게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서 먹는다. 가격 인상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장국 기본이 2000원, 공기밥은 추가할 경우 500원이다. 합쳐서 2500원.
그래도 낙원상가 일대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여기가 가장 싼 집에 속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공기밥 두 공기를 몽땅 말아 찰찰 넘칠 것 같이 만들어 미친듯이 퍼묵하면 그 포만감이란.
정독도서관에서 먹은 돈까스 때문에 시리즈나 연작 구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른 도서관 식당의 돈까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 시립도서관 중에 가장 자주 갔다온 남산도서관부터 갔다.
요즘 시립도서관 식당들도 꾸준히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서 꽤 분위기가 깔끔하게 바뀌고 있는데, 지금까지 갔다온 곳들 중에서는 여기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내부 인테리어와 매점 배치는 물론이고, 이렇게 계산도 식권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번호표를 뽑아 주방에 제출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식이 되었다. 337 박수가 치고...싶지는 않았다.
여기도 기본적으로는 데미글라스 소스 팍팍 쳐주는 다른 도서관 식당 돈까스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다만 양배추 드레싱은 여기도 키위 드레싱이라 기대감 다운.
그래도 돈까스는 여기 것도 어느 정도 두툼해서, 씹는 맛은 괜찮았다.
-10월-
정독, 남산에 이어 이번에는 남산 맞은편에 있는 용산도서관 식당 돈까스. 남산과 달리 여기는 정독과 마찬가지로 매점에서 식권을 구입해 주문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모양새는 남산과 그 놈의 키위 드레싱까지 정말 판박이였는데, 다만 여기서는 밥을 백미밥이 아닌 검정쌀을 섞은 보랏빛 흑미밥으로 지어주고 있었다. 물론 불만은 없었다.
돈까스 자체도 물론 그렇고. 다른 도서관들은 아직 가보지 않아 메뉴에 돈까스가 포함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있으면 무조건 시킬 거다. 돈까스여 영원하라!
집에서 처묵한 것 2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부요리 중 하나인 두부김치다.
이것만 있으면 고기? 생선? 그런거 필요 없ㅋ엉ㅋ. 두부 자체를 천성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먹어도 좀처럼 물리질 않는다.
미니스톱의 자이언트버거. 이름 답게 다른 편의점 햄버거보다 조낸 큰데, 가격도 가장 비싼 3000원이지만 다른 패스트푸드점 단품 버거보다 가성비는 더 우월하다. 무엇보다 달걀프라이와 해시브라운을 같이 넣어주는 햄버거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있을까?
이 때 먹은 자이언트버거에는 특이하게 일반적인 햄버거 패티가 아닌 닭고기 통살이 끼워져 있었는데, 한정판인가 생각했지만 다른 데서는 그냥 패티를 쓰고 있어서 좀 아리송했다. 그냥 조립해서 파는 주인장 마음인 듯.
사토시카레에서 먹은 사토시카레+새우튀김 토핑(6000+2000=8000\). 돈까스와 생선까스, 고로케와 카레의 조합은 공식 메뉴에 500원 저렴하게 올라와 있지만, 새우튀김과 관자는 없어서 이렇게 기본 카레에 토핑 추가 식으로 해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새우튀김이 하나만 올라간 것이 좀 가슴아팠다. 어쨌든 튀김보다는 카레를 기대하고 왔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튼실한 새우살이 들어간 튀김이라 다행이었다. 이제 남은건 관자토핑인데, 이건 또 언제 먹을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가격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야 할 수 있는 도전인데 말이지.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서울역 방면 플랫폼에서 7호선 환승 계단 있는 끄트머리에 언제부턴가 갑툭튀한 분식 코너에서 먹은 우동 한 그릇. 우동만 먹으면 허전할 것 같아서 오뎅 꼬치 하나 넣어달라고 했는데, 얼마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게 상상할 수 있는 분식집 우동맛이었는데, 기차역에서 가락국수 먹던 시절은 어땠을까 하는 괜한 호기심이 들어서 사먹어 봤다.
-11월-
지인과 만났을 때 신촌의 어느 음식점에서 먹은 오야코동. 몸 상태가 별로였던 탓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싶어서 간단한 걸로 주문했다.
물론 담백한 건 좋았는데, 양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제일 싼 메뉴라서 그랬나? 아무튼 이 날 이후 나는 특별한 생식 요법을 시도했지만, 불과 3일 만에 탈이 나서 잠정 중단해야 했다. 확실히 볶아서 가루낸 곡물보다 생곡물 가루가 더 냄새와 맛이 역했고, 밥 대신 이것만 먹기에는 몸보다 정신이 더 괴로웠다.
물론 그 이후에도 저 빌어먹을 생식 가루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먹고 있지만, 여전히 냄새와 맛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냥 맛도 느끼지 못하게 입으로만 숨쉬면서 억지로 털어넣고 있다. 사진? 찍고 싶겠냐!!
어쨌든 생식 고문이 끝나믄 머하겠노...소고기 사묵겠지. 작년에 유행한 드립이라는데, 개콘 끊은 지 꽤 돼서 어디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육류는 주로 쇠고기를 먹으라고 해서 오랜만에 구워먹었다. 한우는 너무 비싸니 호주산 세일하는 걸로.
백미도 가능하면 많이 먹지는 말라고 해서 현미밥 위주로 먹고 있는데, 밥이 없으면 감자를 먹으라고 해서 밥통에 쪄낸 감자를 곁들였다. 야채도 일단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 방울토마토를 추가.
사실 쇠고기 구워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적어도 미디엄 웰던 정도로 굽는게 취향이지만 그러자니 고기가 질겨지고, 레어로 먹자니 그건 또 너무 날것 같고 해서 굽는 정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차라리 애초부터 바싹 구워먹는 돼지고기가 낫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미디엄 레어 정도로는 익히는데 성공했다. 확실히 질기기는 덜 질기더라.
밖에서 외식할 때도 백미를 피할 수 없을 때는 그냥 먹는다. 사실 현미밥 파는 음식점이 얼마나 있을 지도 회의적이고. 그래도 국수보다는 밥이 체질상 낫대니까, 의식적으로라도 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버드나무집의 머리국밥과 순대국밥인데, 어떤 게 머리국밥이고 순대국밥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다르다.
요즘 의식적으로 맵게 먹고 있어서 그 전까지는 그다지 손대지 않던 풋고추도 같이 먹어봤는데, 역시 여기 고추가 맵기는 매웠다. 순대국밥 먹었을 때는 하도 맵다 보니 먹고 나서 딸꾹질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고생스러울 정도로 맵게 먹고 나니 오히려 기분은 홀가분했다.
노량진의 한 노점상에서 먹은 닭강정. 여기 일대의 닭꼬치와 닭강정은 다른 곳보다 더 길쭉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1500원. 그리고 꼬치가 길기 때문에, 왼쪽에 보이는 펜치로 끊어가면서 먹는다.
취향에 따라 뿌려먹을 수 있게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소스통도 있지만, 닭강정 자체의 양념 만으로도 충분해서 따로 뿌려먹지는 않고 있다. 닭고기도 내 체질상 별로 맞지는 않으니 가능하면 자제하라고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슴가와 입구녕으로는 안되니까 문제지.
아무튼 이렇게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아홉 달 동안 따로 포스팅하지 않거나 나가리된 처묵짤을 정리했다. 쌈마이한 외식 인생도 돈이 없거나 몸이 안좋으면 말짱 꽝이기 마련인데, 새해에는 이 두 가지 문제 모두 좀 호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3월-
저녁 먹을 타이밍을 놓쳐서 미니스톱에서 사먹은 떡갈비도시락. 떡갈비 위에 얹혀있는 건 피자치즈인데, 생각보다 데워도 잘 녹지 않았다. 떡갈비 자체는 두툼하니 맛있었지만, 치즈가 너무 뱀발 같은 느낌이었다.
3월 중순이었는데도 쌀쌀한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 필요해서 사먹은 동경우동의 오뎅우동. 5년 전보다 가격이야 당연히 올랐지만 모양새와 맛, 양은 거의 그대로였다.
방산분식 우동. 역시 단촐하지만, 동경우동의 일식 우동과는 확실히 다른 중식 우동 맛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허수아비돈까스에서 먹은 로스까스. 일식 돈까스라 고기도 두툼하고 맛도 괜찮았는데, 가볍게 한 끼 해결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이후 재방문은 못하고 있다. 양배추 오른쪽의 뻘긋뻘긋한 건 살짝 매콤하게 양념한 단무지.
-4월-
역시 방산분식 볶음밥. 마찬가지 모양과 맛이었다. 쌈마이해 보여도 내 입맛에 맞고 양 많으면 되지 뭐.
볶음밥에 따라나온 달걀국. 맛은 역시 달걀국맛이었다.
-5월-
한솥도 돈이 궁할 때 자주 이용하곤 한다. 다만 궁할 때 이용하기에는 약간 사치스러운 새우믹스후라이 도시락.
세팅은 이렇게. 오랜만에 먹어본 새우튀김 맛이 괜찮았다.
승혜네떡볶이의 라볶이. 떡볶이+김치볶음밥 콤보를 무작정 주문했다가 그 양에 떡실신할 뻔한 뒤 오랜만에 갔을 때 가장 궁금해서 시켜먹었다. 삶은 달걀은 옵션으로 추가했고. 떡볶이 양념에 버무려주는 것 같았는데, 라면스프도 들어가는지 떡볶이보다는 좀 더 짜고 매콤한 맛이었다.
지점에 따라 그냥 완제품을 데워주는 곳도 있고 볶아주는 곳도 있다는데, 여기서는 직접 볶아줬기 때문인지 훨씬 맛있었다. 다만 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방산분식의 간짜장.
우선 면에 고춧가루부터 팍팍 치고,
이렇게 짜장 소스 때려붓고 비벼서 처묵처묵. 역시 고춧가루를 뿌려먹으니 더 맛있다.
또 방산분식의 울면. 다만 이건 처음 주문한 메뉴였다. 먹어보고 나니 우동 국물에 녹말 풀어 걸쭉하게 만든 것이었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우동이 나은 것 같다.
-6월-
오랜만에 집에서 처묵한 것 짤방. 오뚜기 메밀비빔면이다. 인스턴트 비빔면은 팔도에서 나오는 게 유명하다지만, 나는 이게 더 좋다. 독일에서도 한인 상점에 오뚜기와 팔도가 둘 다 들어와 있을 때는 오뚜기 것을 사와서 끓여먹었다. 다른 방 룸메이트들에게 먹여보고 반응을 관찰하고 싶었는데...
한솥의 고등어구이 도시락. 생선이 먹고 싶어서 골랐는데, 생각보다 고등어가 작았고 또 반토막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 밑반찬의 젠장할 오이무침이라니...결국 저건 하나도 손 못대고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한솥 메뉴 중 구성품에 '밑반찬' 이라고만 표기된 건 '오이 들어가나요?' 라고 우선 물어보고, 들어가면 빼달라고 해야 겠다.
-7월-
노량진의 어느 노점에서 사먹은 김치볶음밥+스팸. 스팸이라고는 해도 진짜 스팸이 아니라 돼지고기+닭고기 섞은 쌈마이한 런천미트다. 맛은 괜찮았지만, 미리 조리한 볶음밥을 데워주는 거라서 밥알이 좀 마른 듯한 느낌이었다.
-8월-
꽤 오랜만에 찾은 탑골공원 오른쪽 담장 너머의 풍년집에서 처묵한 닭한마리.
닭이 좀 작아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먹을 만큼은 되는 크기라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뼈와 살을 분리시켰다. 사실 이 때는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치킨보다는 그냥 삶은 닭이 더 나아 보였다.
한솥의 카레도시락. 달달한 일식 카레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계속 먹어온 탓에 익숙함과 정감은 이런 한국식 카레를 당해낼 수 없다. 메뉴판 사진에는 그냥 일반 도시락 용기에 담아주는 것처럼 나왔지만, 여기서는 비비기 쉽도록 빅치킨마요를 담는 사발 형태의 용기에 담아줬다.
노량진의 한 노점에서 먹은 순대 한 접시. 주문할 때 '순대만, 섞어서?' 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당연히 섞어서 달라고 한다. 간과 귀, 오소리감투, 염통을 싸게 먹고 싶을 때 종종 처묵하는데, 가격은 2000원. 다른 노점보다 여기가 500원 더 싸다.
-9월-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강남점에 들르기 전에 신논현역에 있는 '소노야' 라는 체인점에서 사먹은 오뎅꼬치우동. 우동 말고도 소바에 라멘에 돈부리에 비빔국수에 초밥까지 별의별 걸 다 팔지만, 오히려 그 다양성이 '그냥 유동 인구 많은 데서 아무 거나 막 하는 곳 아닌가' 하는 편견을 낳아서 갈 일이 없던 곳이었다. 하지만 우동 맛은 다행히 크게 빠지는 것 없이 괜찮았다.
서동시집 관현악단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씨네코드 선재에 갔을 때 근처 정독도서관 식당에서 먹은 돈까스. 물론 영화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정독도서관도 오랜만에 들러보자고 생각해서 좀 일찍 가서 책 좀 읽다가 요기를 했다. 학교 건물을 개조한 도서관이라서 식당도 옛 학교 부속 강당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여타 서울 시내의 시립도서관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돈까스는 크기가 좀 작아보여서 처음에는 실망했는데, 대신 두께가 두툼해서 다행이었다. 특이하게 데미글라스 소스에 잘게 썬 당근을 추가하고 있었다. 다만 양배추채에 얹어준 딸기 드레싱은 샐러드 드레싱에 과일 들어가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저냥.
소문난집 추어탕의 해장국. 여기도 참 오랜만에 들렀는데, 배가 고플 때면 늘 이렇게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서 먹는다. 가격 인상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장국 기본이 2000원, 공기밥은 추가할 경우 500원이다. 합쳐서 2500원.
그래도 낙원상가 일대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여기가 가장 싼 집에 속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공기밥 두 공기를 몽땅 말아 찰찰 넘칠 것 같이 만들어 미친듯이 퍼묵하면 그 포만감이란.
정독도서관에서 먹은 돈까스 때문에 시리즈나 연작 구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른 도서관 식당의 돈까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 시립도서관 중에 가장 자주 갔다온 남산도서관부터 갔다.
요즘 시립도서관 식당들도 꾸준히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서 꽤 분위기가 깔끔하게 바뀌고 있는데, 지금까지 갔다온 곳들 중에서는 여기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내부 인테리어와 매점 배치는 물론이고, 이렇게 계산도 식권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번호표를 뽑아 주방에 제출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식이 되었다. 337 박수가 치고...싶지는 않았다.
여기도 기본적으로는 데미글라스 소스 팍팍 쳐주는 다른 도서관 식당 돈까스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다만 양배추 드레싱은 여기도 키위 드레싱이라 기대감 다운.
그래도 돈까스는 여기 것도 어느 정도 두툼해서, 씹는 맛은 괜찮았다.
-10월-
정독, 남산에 이어 이번에는 남산 맞은편에 있는 용산도서관 식당 돈까스. 남산과 달리 여기는 정독과 마찬가지로 매점에서 식권을 구입해 주문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모양새는 남산과 그 놈의 키위 드레싱까지 정말 판박이였는데, 다만 여기서는 밥을 백미밥이 아닌 검정쌀을 섞은 보랏빛 흑미밥으로 지어주고 있었다. 물론 불만은 없었다.
돈까스 자체도 물론 그렇고. 다른 도서관들은 아직 가보지 않아 메뉴에 돈까스가 포함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있으면 무조건 시킬 거다. 돈까스여 영원하라!
집에서 처묵한 것 2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부요리 중 하나인 두부김치다.
이것만 있으면 고기? 생선? 그런거 필요 없ㅋ엉ㅋ. 두부 자체를 천성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먹어도 좀처럼 물리질 않는다.
미니스톱의 자이언트버거. 이름 답게 다른 편의점 햄버거보다 조낸 큰데, 가격도 가장 비싼 3000원이지만 다른 패스트푸드점 단품 버거보다 가성비는 더 우월하다. 무엇보다 달걀프라이와 해시브라운을 같이 넣어주는 햄버거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있을까?
이 때 먹은 자이언트버거에는 특이하게 일반적인 햄버거 패티가 아닌 닭고기 통살이 끼워져 있었는데, 한정판인가 생각했지만 다른 데서는 그냥 패티를 쓰고 있어서 좀 아리송했다. 그냥 조립해서 파는 주인장 마음인 듯.
사토시카레에서 먹은 사토시카레+새우튀김 토핑(6000+2000=8000\). 돈까스와 생선까스, 고로케와 카레의 조합은 공식 메뉴에 500원 저렴하게 올라와 있지만, 새우튀김과 관자는 없어서 이렇게 기본 카레에 토핑 추가 식으로 해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새우튀김이 하나만 올라간 것이 좀 가슴아팠다. 어쨌든 튀김보다는 카레를 기대하고 왔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튼실한 새우살이 들어간 튀김이라 다행이었다. 이제 남은건 관자토핑인데, 이건 또 언제 먹을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가격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야 할 수 있는 도전인데 말이지.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서울역 방면 플랫폼에서 7호선 환승 계단 있는 끄트머리에 언제부턴가 갑툭튀한 분식 코너에서 먹은 우동 한 그릇. 우동만 먹으면 허전할 것 같아서 오뎅 꼬치 하나 넣어달라고 했는데, 얼마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게 상상할 수 있는 분식집 우동맛이었는데, 기차역에서 가락국수 먹던 시절은 어땠을까 하는 괜한 호기심이 들어서 사먹어 봤다.
-11월-
지인과 만났을 때 신촌의 어느 음식점에서 먹은 오야코동. 몸 상태가 별로였던 탓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싶어서 간단한 걸로 주문했다.
물론 담백한 건 좋았는데, 양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제일 싼 메뉴라서 그랬나? 아무튼 이 날 이후 나는 특별한 생식 요법을 시도했지만, 불과 3일 만에 탈이 나서 잠정 중단해야 했다. 확실히 볶아서 가루낸 곡물보다 생곡물 가루가 더 냄새와 맛이 역했고, 밥 대신 이것만 먹기에는 몸보다 정신이 더 괴로웠다.
물론 그 이후에도 저 빌어먹을 생식 가루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먹고 있지만, 여전히 냄새와 맛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냥 맛도 느끼지 못하게 입으로만 숨쉬면서 억지로 털어넣고 있다. 사진? 찍고 싶겠냐!!
어쨌든 생식 고문이 끝나믄 머하겠노...소고기 사묵겠지. 작년에 유행한 드립이라는데, 개콘 끊은 지 꽤 돼서 어디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육류는 주로 쇠고기를 먹으라고 해서 오랜만에 구워먹었다. 한우는 너무 비싸니 호주산 세일하는 걸로.
백미도 가능하면 많이 먹지는 말라고 해서 현미밥 위주로 먹고 있는데, 밥이 없으면 감자를 먹으라고 해서 밥통에 쪄낸 감자를 곁들였다. 야채도 일단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 방울토마토를 추가.
사실 쇠고기 구워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적어도 미디엄 웰던 정도로 굽는게 취향이지만 그러자니 고기가 질겨지고, 레어로 먹자니 그건 또 너무 날것 같고 해서 굽는 정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차라리 애초부터 바싹 구워먹는 돼지고기가 낫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미디엄 레어 정도로는 익히는데 성공했다. 확실히 질기기는 덜 질기더라.
밖에서 외식할 때도 백미를 피할 수 없을 때는 그냥 먹는다. 사실 현미밥 파는 음식점이 얼마나 있을 지도 회의적이고. 그래도 국수보다는 밥이 체질상 낫대니까, 의식적으로라도 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버드나무집의 머리국밥과 순대국밥인데, 어떤 게 머리국밥이고 순대국밥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다르다.
요즘 의식적으로 맵게 먹고 있어서 그 전까지는 그다지 손대지 않던 풋고추도 같이 먹어봤는데, 역시 여기 고추가 맵기는 매웠다. 순대국밥 먹었을 때는 하도 맵다 보니 먹고 나서 딸꾹질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고생스러울 정도로 맵게 먹고 나니 오히려 기분은 홀가분했다.
노량진의 한 노점상에서 먹은 닭강정. 여기 일대의 닭꼬치와 닭강정은 다른 곳보다 더 길쭉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1500원. 그리고 꼬치가 길기 때문에, 왼쪽에 보이는 펜치로 끊어가면서 먹는다.
취향에 따라 뿌려먹을 수 있게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소스통도 있지만, 닭강정 자체의 양념 만으로도 충분해서 따로 뿌려먹지는 않고 있다. 닭고기도 내 체질상 별로 맞지는 않으니 가능하면 자제하라고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슴가와 입구녕으로는 안되니까 문제지.
아무튼 이렇게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아홉 달 동안 따로 포스팅하지 않거나 나가리된 처묵짤을 정리했다. 쌈마이한 외식 인생도 돈이 없거나 몸이 안좋으면 말짱 꽝이기 마련인데, 새해에는 이 두 가지 문제 모두 좀 호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머나먼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