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계속 개점 휴업 상태로 있자니, 트위터로는 하기 힘든 이런저런 포스팅 거리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결국 다시 귀찮더라도 긴 글을 두드려야 할 것 같아 재개했다. 다만 4일 주기 포스팅이라는 개인적 규칙을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휴면 기간 동안 한국 관현악단들의 음반/음원 사냥에서 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는데, 다만 그 대상은 현 시점에서 내가 전혀 높이 평가하지 않는 악단의 것이 대부분이다. 바로 KBS 교향악단. 물론 내 시점과 상관 없이 한국 악단이기는 하고, 또 막장의 끝을 달리며 영락하기 전의 녹음들이라 기록 보존 차원에서라도 결국 이것저것 사모으고 있다.
KBS 1FM의 자체 기획 음반은 적어도 2000년대 초반 까지는 해동물산과 신나라레코드를 통해 꾸준히 출반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중 신품은 사실상 온오프 가릴 것 없이 전멸 상태고, 중고도 구하기 힘들어서 국립예술자료원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등 멀티미디어 자료관의 대출 자료로나 볼 수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지난 포스팅에 쓴 것처럼 윤이상 현악 4중주가 든 콰르텟 21의 CD를 하나 더 확보하기 위해 신나라의 15장짜리 세트를 굳이 구입했는데, 그 중에도 KBS향의 음반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이 음반은 국립예술자료원에서 이미 들어본 바 있어서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는데, 개인 소유물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향곡이나 교향시 같은 묵직한 곡들이 아니라 서곡 위주의 '롤리팝' 소품집 성격이 강한 음반인데, 다만 원래 음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쯤에 나온 KBS향 연감을 확인해 보니 'FM녹음 연주' 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마 1998년에 방송용으로 제작해둔 음원에서 몇 곡을 골라 CD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악단에는 상임 지휘자와 수석 객원 지휘자 같은 직책이 모두 공석이었기 때문에, 1999년에 정명훈이 상임으로 올 때까지 악단의 활동은 객원 지휘에 의존해야 했다. 그리고 그 객원들 중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인 김봉이 이 녹음들에서 지휘봉을 잡았는데, 내가 해당 지휘자의 음반/음원으로 입수한 현재로서 유일한 물건이기도 하다.
CD에는 그냥 어느 곡이 언제 녹음됐는 지를 언급하지 않고 서울 KBS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행해진 세션 날짜만 뭉뚱그려 기입하고 있는데, 연감 자료를 그대로 옮겨 보면 녹음한 곡들은 다음과 같다. (음반에 포함되지 않은 곡은 기울임체로 처리했다.)
1998년 2월 19일
자크 오펜바흐: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 서곡
제레미아 클라크: 트럼펫과 현을 위한 모음곡 D장조 (헨리 우드 관현악 편곡. 바실리 강 협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오페레타 '박쥐' 서곡
요하네스 브람스: 헝가리 춤곡 제5번 & 제6번
1998년 5월 13일
엑토르 베를리오즈: 서곡 '로마의 사육제'
조아키노 로시니: 오페라 '도둑 까치' 서곡
1998년 7월 16일
모리스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칼 마리아 폰 베버: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
브람스 곡들만 빼면 대부분 그대로 실렸는데, 다만 연감의 악단 활동 기록 자체가 너무 누락과 오류가 많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KBS향은 김봉 외에도 오트마 마가, 정치용 등과도 이런 방송용 녹음을 여럿 만들었는데, 그 중 CD로 나온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연감에는 언급되지 않은 곡들이 실려있는 등 녹음 정보가 상당히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체로 낭만 시대의 서곡들 위주인 가운데 퍼셀 작품으로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트럼펫 볼런터리(원제는 덴마크 왕자의 행진곡)' 의 진짜 작곡가 제레미아 클라크의 모음곡과 라벨의 파반이 예외로 꼽히는 선곡인데, 클라크 곡의 경우 원래 이 형태가 아니었고 한참 뒤 BBC 프롬나드 콘서트(약칭 프롬스)의 창시자로 유명한 영국 지휘자 겸 작곡가 헨리 우드가 클라크의 작품들 중 아홉 곡을 선곡해 트럼펫 독주와 소규모 관현악단을 위한 모음곡으로 짜깁기한 것이다. (물론 그 유명한 트럼펫 볼런터리도 네 번째 곡으로 들어가 있다.)
트럼펫 솔로는 러시아계 한국인이었던 바실리 강이 맡았는데, 당시 금관의 역량이 떨어지는 편이었던 한국 악단에서 꽤 두드러진 연주력으로 화제가 된 바 있기도 한 연주자다. 다만 독주 연주를 음반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이 모음곡 연주를 빼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빈약한 정보만을 담은 해설지에는 이 곡의 성립 과정과 편곡자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도 좀 불친절하다는 인상이었다.
클라크-우드의 모음곡 이후로는 베버와 로시니, 베를리오즈, 오펜바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서곡이 쭉 이어진 뒤 마지막에는 라벨의 파반으로 조용히 마무리하는 컨셉인데, 라벨 곡의 경우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 악단들이 부담없이 선곡하는 작품이고 연주하기에도 크게 힘든 게 아니라서 선곡된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스페인 광시곡 같은 것도 자주 다뤄줬으면 좋겠는데.
무난한 편성과 연주력을 요하는 소품집인 만큼, 악단의 수장이 없어서 허둥대던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다만 전체적으로 뭔가 밋밋한 인상이 강한데, 녹음 자체도 볼륨이 너무 작게 제작되어서 그런 인상이 더한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일부러 WAV 편집 프로그램으로 볼륨을 높여서 저장한 뒤 듣고 있는데, 물론 볼륨을 높여도 연주가 좋아지는 일은 없겠지만.
이 세트로 구입한 음반 이후 KBS향의 음반들을 살 기회가 의외로 자주 주어졌는데, 모두 뮤직앤시네마를 통해 입수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음반들을 계속 팔아치우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이런 걸 입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할 따름이다.
그리고 IMF의 구제 금융과 반강제적 구조 조정을 받아가며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던 끝물에 들어서 다시 KBS향도 상임 지휘자를 초빙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 음반도 바로 그 시기에 제작된 실황 녹음 두 종류를 커플링한 더블 앨범이다. 소품만 수록한 게 아니라 한국 악단 연주회에서 자주 공연되는 명 교향곡들인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싣고 있는 것에서 야망(??)까지 느껴진다.
첫 번째 CD에 수록된 베토벤 연주는 2000년 6월 16일에 KBS홀에서 개최된 520회 정기연주회의 실황인데, 4년 뒤 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가 되는 곽승이 지휘했다. 개인적으로도 곽승이 지휘한 음반은 이 물건만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러시아 등 해외가 아닌 한국 악단을 지휘해 공연한 것이라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CD에는 이제 갓 상임으로 부임한 상태였던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1999년 8월 28일에 역시 KBS홀에서 개최한 '차이콥스키 페스티벌' 이라는 기획 연주회의 실황을 담고 있다. 아마 키타옌코가 KBS향과 만든 첫 음반이 아닐까 싶은데, 아직 음반은 없지만 키타옌코는 2004년 11월 말~12월 초에 걸쳐 이 곡을 다시 스튜디오 녹음한 바 있다.
악단이 침체기를 벗어나 재도약을 꿈꾸던 시기의 연주를 담고 있어서 패기가 느껴질 법하지만, 각각 상당히 엄하게 연습을 하기로 유명한 객원 지휘자와 러시아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상임 지휘자 밑에서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사불란한 연주력이 그다지 잡혀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기록이라는 게 내가 듣고 느낀 인상이었다.
이렇게 하룻 동안만 녹음한 실황 앨범을 내놓은 뒤, 악단에서는 다시 세션을 통해 제작한 녹음들을 내놓으며 간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뮤직앤시네마에서 구입한 키타옌코 지휘의 두 CD는 악단이 오트마 마가와 박탕 조르다니아 시절처럼 다시 상업 음반 시장에 파고들기 위한 일종의 시험 음반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KBS향이 자체 제작한 비매품 음반인 이 CD는 상임 지휘자인 키타옌코를 강조한 듯한 컨셉이었는데, Live recording이라고 찍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연감에서 확인해 본 바로는 녹음 일자인 2000년 12월 6~9일 사이에 KBS홀에서 이런 프로그램으로 개최된 공연은 없었다. 그렇다고 연감에 (실제로는 스튜디오 녹음이었던) 이 곡들의 세션 일정이 실려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다시금 연감의 엉성한 공연 기록을 까야 했다.
수록곡은 교향곡이나 오페라, 모음곡 등 덩치 큰 곡들의 발췌가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곡들도 몇 곡 섞여 있다.
1. 표트르 차이콥스키: 이탈리아 기상곡
2. 펠릭스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1악장
3. 에드바르 그리그: 두 개의 슬픈 선율 중 제2곡 '마지막 봄'
4. 구스타프 말러: 교향시 '거인' 중 블루미네
5~7. 마누엘 데 파야: 발레 모음곡 '삼각 모자' 제2번
8.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 '마농 레스코' 제3막 간주곡
9. 루제로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 간주곡
10~11.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중 바바야갸의 집~키예프의 대문
물론 오페라를 제외하면 교향곡과 모음곡 발췌는 개인적으로 별로 달갑지 않은 선곡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1번 초기 버전에 있는 블루미네 악장과 무소륵스키 같은 경우에는 꽤 신선한 인상이었다. 후자의 경우 흔히 쓰이는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 편곡판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관현악 편곡판을 사용했는데, 보기 드문 편곡판을 썼다면 차라리 이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게 좀 더 튀면서 독보적인 컨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독립적인 곡들 중에서는 지휘자의 모국에서 가장 유명한 차이콥스키의 작품과 한국 악단이 연주는 어느 정도 했음에도 음원이 없었던 파야의 모음곡이 두드러지는데, 다만 전체적인 연주의 인상은 아직도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소 건조한 녹음 상태와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이후 게누인 한국 지사를 설립하게 되는 정남일이 KBS 1FM의 스탭들과 공동으로 제작했다고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막 클래식 전문 녹음 기술자 경력을 시작하던 이와 새롭게 상임 지휘자를 받아 재도약을 준비하던 이들이 아직은 조금씩 부족한 출발점에서 내놓은 음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악단에서는 계속 키타옌코와 이런저런 녹음을 만들었고, 약 2년 뒤 한국방송 76주년과 KBS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비매품 CD 한 장이 더 출시되었다.
2002년 10월 9~11일 사흘 동안의 세션으로 제작된 녹음인데, 그 동안 KBS홀에서 녹음했지만 이번에는 KBS향의 연습실에서 녹음한 것으로 나와 있다. 제작진은 독일에서 초빙해온 프로듀서 옌스 슈네만과 엔지니어 볼프람 넬스로 되어 있는데, 이들은 이후 악단이 오랜만에 상업반으로 내놓게 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로코코 변주곡의 제작진으로 그대로 기용되었다.
다소 난삽한 형태의 소품/발췌 음반이었던 이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라는 고전 교향곡이 통째로 들어가고 이어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의 2막이 거의 온전한 형태로 실리는 컨셉으로 제작되었다. 발레 전곡이 아니면 흔히 모음곡 형태로 공연/녹음되는 후자의 경우 아예 한 막을 넣은 것이 상당히 특이하다. 모차르트 교향곡의 경우 클라리넷 한 쌍이 추가된 제2판을 택하고 있다.
다만 발레 전곡을 들어 보니 다소 생략 혹은 변형된 것이었는데, 첫 두 정경과 모음곡의 핵심이 되는 이국 춤들을 모은 디베르티스망, 그리고 꽃의 왈츠와 사탕 요정의 춤까지는 원곡 순서를 따라가다가 마지막 파드되 부분에서는 a와 c 섹션만이, 그것도 순서가 뒤집힌 채로 실려 있고 마지막 아포테오즈는 생략되었다. 엄밀히 따지면 2막 전곡이 아니라 발췌인 셈이다.
전체 수록 시간이 67분 가량이라서, 파드되와 아포테오즈까지 그대로 실어도 상관이 없는데 왜 굳이 막판에 가서 이렇게 변형시켰는 지는 모르겠다. 일단 그런 개인적 불만은 차치하더라도, 지휘자의 장기인 차이콥스키의 연주는 괜찮은 편이지만 교향곡으로 떡하니 집어넣은 모차르트의 연주는 너무 둔중하고 무거운 인상이다. 차라리 좀 이상한 아티큘레이션이 거슬리지만 금난새 지휘의 유라시안 필 연주가 더 산뜻하게 들릴 정도다.
고른 음반마다 하나같이 이런저런 아쉬움이나 불만이 섞인 게 아쉬울 따름인데, 다만 방송국 소속 악단이었던 시절 가장 음반 제작에 유리했다는 이점을 살려 제작한 것들인 만큼 그 과정에서 있었던 발전 양상이나 여러 시행 착오도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이걸 항상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냐고 한다면 평가가 갈리겠지만.
그리고 KBS향 뿐 아니라 수원시향과 부천필 등 수도권 악단의 음반도 여럿 입수했는데, 이건 다음에 쓰고자 한다. 다음에 '게속'.
이렇게 해서 서코와 동네 페스타가 같이 열린 두 차례의 사례(2012년 3월 31일~4월 1일과 12월 29~30일)에 이어 세 번째로 동시에 열리는 동종 행사에 모두 참가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게 서코 vs 동페가 아니라 서코 vs 케스의 구도가 되었을 뿐이었다.
사견을 좀 더 강경하게 달자면, 세월호 사고 후 모든 문화예술 행사를 마치 음주가무 파티인 양 취급했는지 공연이고 전시고 행사고 취소의 연속이었던 것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트위터에도 지껄였지만, 무슨 이슈만 터졌다 하면 전 국민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한다는 식의 케케묵은 전체주의적 사고 방식은 이제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려야 한다.
물론 수백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사고였으니 나라 분위기가 우울한 건 알겠지만, 그 공연이나 전시, 행사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이렇다 할 해명이나 보상도 없이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취소하라고 권고-라고 쓰고 압력이라고 읽는다-하는 이들의 무책임이 더 우울할 지경이다. 그럼 적절한 금전적 보상이라도 해 주던가. 근데 그런 거 없었지? 명불허전 문화빈국 한국이올시다.
아무튼 엄숙과 경건을 최상최대의 미덕으로 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aT센터의 콧대 높으신 양반들의 권고는 관철되었고, 그 양반들의 대승적 권고 덕에 나는 이번 주말에 지옥도를 두 번 씩이나 경험하게 되었다.
서코든 케스든, 적어도 하나 씩은 살 물건들이 있었으므로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코는 토~일요일 양일 개최고 케스는 일요일 하루 개최였기 때문에 토요일 서코, 일요일 케스로 하루에 한 행사 씩 가볼 수 있었다는 거였다.
일단 행사 분위기를 먼저 종합해 보자면, 서코든 케스든 동시 개최로 인한 인파의 분산 효과는 거의 없었다. 두 개 층을 대관해 진행한 서코에서도, 두 개 관을 대관해 진행한 케스에서도 인파의 홍수는 거의 비슷했는데, 다만 더위와 피로도를 따지면 오히려 케스가 더 심한 편이었다.
디스플레이 구축이 대세라 가까이 가지 않아도 해당 부스의 판매 물품과 성향을 알 수 있는 서코와 달리, 케스는 아예 대형 부스로 지정해 놓은 곳을 제외하면 모두 디스플레이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서 부스 가까이 가야 뭘 팔고 무슨 성향인 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인파를 뚫고 지나가기가 더 힘들었다. 게다가 날씨도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어 한 낮의 온도가 30도를 넘는 상황이었으니, 행사장 안에 냉방 장치를 최대한 가동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토요일 서코에서 시달리며 구입하거나 구한 건 이랬다:
망르의 연금술 연구실 (2층 U31): 컬러 일러스트북 'Sweet Raspberry Girls' (7000\)
망가진 르망이라는 작가는 요 몇 년 동안은 동인계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이번에 꽤 뜬금포 참가를 선언했는데, 그것도 토요일 하루만 참가한다고 했기 때문에 필히 구입해야 할 품목이 되었다.
2013~14년 동안 그린 개인 일러스트들을 모은 책인데, 다만 로리캐들이 헐벗은 채로 나온 그림이 상당수라 등급도 15금으로 책정했다. 등급이야 그렇다 쳐도 책 가격이 개인적 관점에서는 좀 세게 나와서 잠깐 망설였는데, 그래도 이 때 아니면 다시 구입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사버렸다.
RR (2층 V29): 컬러 일러스트북 'Rainy Day' (4000\)
바로 위의 일러북과 자꾸 가격 비교를 하게 된 책. 영인 화백 작품이었는데, 이 작가의 일러북도 요새 관심이 뜸했다가 이번에도 부스에서 목격하고는 살까 말까 좀 고민하다가 구입했다. 일단 가격대가 괜찮은 편이었고, 한국 동인계에서는 꽤 드문 편인 스토리가 있는 일러스트북이라는 점도 구매욕을 자극했다.
마인츠덕 (2층 V32): 미쿠 세미 버전 카드택 (800\)
EBS 회심의 캐릭터라고까지 회자되고 있는 EBS 수학교실의 캐릭터 세미는 나온 지 얼마 안되어 넷상에서는 엄청난 화제인데, 나르닥 같은 존잘러들이 마치 뭐에 홀린 듯이 팬아트를 양산하고 일본 모 일러스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야짤까지 나오는 등 컬트적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다만 넷상의 인기가 동인계의 인기로 바로 치환되는 건 아닌데, 이번에도 세미를 내건 부스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미쿠에게 세미 옷을 입힌 이 카드택이 눈에 띄어서 구입했는데, 7월에는 좀 더 많은 양질의 물품들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상 고인이 된 시유 지못미
cat or fish (2층 L19): 리그 오브 레전드 카드택 네 개 (공짜...)
요새 고향 문화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바쁘다지만, 어쨌든 다시 꾸준히 참가 중인 로리꾼 화백도 소소하지만 카드택 몇 개를 새로 뽑아서 참가했다. 다만 크기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그렇고 7월 행사에서 뜬금포로 러브라이브 트윈지를 낸다고 해서 솔깃했다. 물론 아이마스든 러브라이브든 현실 세계의 아이돌도 안빠는 상황에서는 관심이나 애정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일단 무슨 결과물이 나올 지 기대하고 있다.
구입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두 개 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꽤 피곤했기 때문에 일요일 케스는 좀 더 사람이 없기를 바랬다. 하지만 위에 미리 쓴 대로 전혀 그렇지 않았다. 케스에서도 구입한 품목은 숫적으로 별로 없지만, 액수는 오히려 서코를 뛰어넘어 버렸다.
~당신 앞에 무릎 꿇고~ (3관 F-23br): 엠마 19금 회지 'In Ginocchio Da Te' (5000\)
3회 케스 때도 본 타팬이라는 작가는 이번에도 모리 카오루의 엠마를 가지고 19금 회지를 내놓았다. 엠마와 윌리엄 개객기의 결혼 후 모습을 그렸다고 하는데, 다만 이번에도 개인적 기준으로 봤을 때 성 묘사 수위가 너무 '약하다' 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꾸준히 19금만 가지고 참가하는 것 같은데, 다음엔 뭐가 나오려나.
수상한 그녀 (3관 A-08b): 창작 회지 '수수꽃다리' (3000\)
케스 홈페이지의 홍보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눈에 띈 회지. 통팥이라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원래 창작물, 그것도 1970년대 한국이 배경인 창작물이라 꽤 주저했다. 요즘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그것도 자칫하면 그 시대에 대한 모든 것의 미화로 흘러가면서 오히려 그 당시의 부조리와 악습마저 은연 중에 '좋은 게 좋은 거' 식으로 넘어가는 위험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일단 부스에서 대충 넘겨 보니 다행히 내 노파심을 건드린 대목은 없었고, 뭔가 투박한 그림체에 찰진 경상도 사투리로 점철된 대사가 굉장히 개성적으로 보여서 구입했다.
이렇게 두 회지는 수량 조사에도 참가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구입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지만, 그 외에도 뭐가 있을까 하고 계속 돌아다녔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몇 가지를 더 샀다.
LUGNASAD (3관 I-22): EP 2집 'Salvation for your Emily'+EP 2.5집 '하계소녀 OST Collection「Garden of Flower」' (각 10000\)
사실 개인적으로 한국이든 일본이든 동인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소 닭 보듯 하고 있고, 한 때 인기를 풍미햿던 사운드 호라이즌 같은 경우에는 극성 팬들이 하도 진상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빠가 까를 만든다' 는 법칙에 따라 오히려 별로 좋지 않게 보고 있기도 하다. 아마추어리즘이 중2병이나 허세와 결합했을 때의 부작용이 만만찮게 크기 때문에 이 쪽에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면도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이것들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일단 엄밀히 따지면 충동구매이기도 했고 또 일종의 친목질이기도 했다. 해당 팀의 기타리스트인 티고(TIGO)가 트위터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면서 호기심을 유발한 게 컸는데,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것에 넘어가 음반까지 구입하기에는 그 동기가 너무 약했다. 게다가 20대 시절에는 모습만 보고도 경기를 일으켰었던 비주얼계라니.
다만 몇 곡의 샘플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허술한 것 같지는 않았고, 텔레비전에서 깝죽대는 보이 밴드마냥 흐물대지도 않는 것 같았다. 한 장만 구입할까 하고 지갑을 꺼내드니 저 티고라는 양반이 '두 장 다 사면 라이브 할인권 줍니다' 면서 바람잡이 스킬을 발휘하는 바람에 거의 낚이다시피 해서 진짜 두 장을 사버렸다. 라이브에 진짜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이들의 라이브 공연은 어떠려나.
이렇게 해서 이틀 동안 꿀같은 휴식을 반납하다시피 한 채 인파의 홍수 속에 이리 치이고 저리 떠밀리는, 통용되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의 '덕통사고' 를 당한 채로 다시 월요일을 맞이하게 됐다. 여느 때처럼 힘든 일과가 기다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발 국가적 재난을 빌미로 국가 주최도 아닌 일개 기업이나 개인의 행사마저 열라 마라 하는 작태가 없기를 바란다...라지만 과연 그게 말처럼 되려나.
제3회 케이크 스퀘어 갔다온 직후 국립중앙도서관에 이런저런 자료 찾으러 갔다가 구내식당에서 먹은 '분식' 두 종류. 보다시피 물만두와 우동이다. 구내식당의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일단 이 두 종류는 그냥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맛이었고 그 이상의 실망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백반 종류는 여전히 끌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우마이도도 참 오랜만에 갔다 왔다. 줄 서서 기다리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올라가서 좀 기다려야 했다는 게 함정. 가격이 부쩍 오른 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줄을 선 이상 물러설 수 없어서 예전에 먹었던 돈코츠라멘 오리지날을 시켰다.
너무 오랜 만의 재회라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기억나는 대로 나왔고,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의 맛이었다. 일단 한국인들이 먹기에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돈코츠라고 생각되는데, 김치나 마늘 같은 것도 곁들이지 않고 한 그릇을 무난하게 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진한 돈코츠를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건 아랫 쪽에 더 쓰려고 한다.
요즘 늦게 퇴근하면 종종 먹고 들어가는 신당역 1번 출구 인근 국수집의 가락국수 곱배기.
중면을 삶아서 말아주는데, 4000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보통은 3000원인데, 아직 보통을 먹을 만큼 배가 덜 고픈 적이 없어서(...) 양이 얼마나 나오는 지는 모르겠다.
주말에 노량진에 저렴한 먹거리들 사러 갈 때 끼니를 때우려고 종종 들리는 허수아비. 물론 내가 가장 많이 먹는 건 이 로스까스다.
일본식 돈까스를 45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메리트가 있는데, 다른 곳과 달리 소스도 알아서 양껏 뿌려먹을 수 있다는 게 여길 다른 곳보다 더 자주 찾게 만드는 것 같다.
구리 가서 일했을 때 '강창구 찹쌀 진순대' 라는 식당에서 먹은 뼈해장국. 순대국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뼈해장국도 그에 못지 않다고 해서 주문했다. 가격은 7000원.
개인적 기준으로는 좀 센 가격이었지만, 다른 곳보다 훨씬 큰 뚝배기에 가득 담긴 등뼈가 인상적이었다.
기사분과 같이 발라낸 뼈라 양이 좀 많아 보이는데, 일단 큼직한 등뼈가 한 그릇 당 세 쪽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등뼈 뿐 아니라 국물도 된장 내음이 진한 게 상당히 맛있어서, 배가 꽤 불렀는데도 다 비우게 만들었다. 다만 근무지를 옮긴 뒤로는 아직 재방문을 못하고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요즘 서울도시철도 구간 역에서 자주 보이는 쌀빵 판매점에서 사먹은 크림치즈빵.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어서 빵을 만들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 쌀가루에 글루텐을 넣은 건지, 아니면 글루텐 함유 쌀가루를 쓰는 건지...
가격이 좀 세긴 한데, 일단 블루베리와 크림 치즈가 꽤 많이 들어 있어서 먹는 재미는 꽤 있었다. 다만 시간이 좀 지나면 다른 빵보다 표면이 많이 반질반질해지는데, 쌀빵 특유의 현상인지 뭔지가 궁금하다.
우마이도보다 진한 돈코츠라멘을 먹었다고 한 데가 바로 여기다. 서울 코믹월드 사무실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데, 원래는 여기가 아니라 부탄츄라는 곳을 가려고 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임시변통으로 택한 곳이었다. 가게 이름은 멘야산다이메.
메뉴는 라멘 두 종류와 교자, 그리고 여타 음료 정도로 단촐했는데, 오랜만의 돈지랄 식도락을 시도했다. 차슈와 맛달걀을 추가해 기어이 만원으로 맞추고, 나눠먹기 위해 교자도 같이 시켰다.
그렇게 해서 나온 라멘. 차슈와 달걀이 추가된 건 확실히 보이지만, 뭔가 양이 많이 적어보여서 '사리도 더 시켜야 되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눠먹으려고 시켰지만 다섯 개가 나와서 좀 벙찐 교자.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일단 양이 얼마나 되는 지 한 번 저어 봤는데, 그릇이 넓게 퍼진 것 같아 보였지만 속도 깊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적지는 않았다. 다만 우마이도 정도의 돈코츠 육수를 생각하고 먹어 보니 훨씬 진하고 느끼한 맛이라, 여기서는 결국 같이 나온 무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무언가가 바로 부추무침. 작은 종지에 담아서 내오는데, 일본에서도 이렇게 먹는 지는 모르겠고 오히려 부산의 돼지국밥을 연상케 하는 밑반찬이었다.
부추무침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는데, 옆에 홀로 남은 교자까지 해치우고 나니 사리 추가했다면 남겼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게 진짜 본토 돈코츠 수준이라고 하니, 일본 음식이 모두 저칼로리 저지방 건강식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확실한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애매한 시간대에 퇴근하게 되면 한솥도시락도 종종 선택지에 포함된다. 거의 예외 없이 시키게 되는 돈까스도련님도시락 곱배기+달걀프라이. 다만 프랜차이즈가 늘 그렇듯 점포 별로, 또 시간대 별로 맛에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근무지에 가끔 코스트코가 걸릴 때가 있는데, 여기서 유명하다는 푸드코트는 구경만 해봤지 들어가 먹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양점에서 먹을 기회를 얻어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천조국 식 패스트푸드의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핫도그. 다만 음료를 무한 리필할 수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소시지와 빵, 다진 오이피클 봉지만 주는 '매정함' 에 놀랐다. 게다가 피클은 먹지도 않는데. 하지만 양파와 케첩, 머스타드에서 인상이 역전되었는데, 제한 없이 먹을 만큼 실컷 뿌려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핫도그보다 더 압도적이었던 게 이 피자였다. 염가 피자인 피자스쿨 것만 줄창 사먹다가 접한 미국식 피자 '한 조각' 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는데, 한 조각이지만 나이프로 썰어 먹어야 할 정도의 두께와 크기를 자랑했다. 결국 핫도그는 어째저째해서 다 먹었지만, 피자는 다 못먹고 호일에 싸서 집에 가져가 먹었다. 이렇게 먹는 데 든 비용은 고작 4500원. 다만 일반적인 한국인 입맛에는 좀 짜고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수보쌈에도 또 오랜만에 들를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내 선택은 역시 보쌈백반이었다.
백반이라 이런저런 찬도 같이 나오지만 이 보쌈김치와,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한 비율로 나오는 보쌈고기만 있으면 다른 반찬도 잘 집히지 않을 정도다.
'햄을 김치에 같이 싸드셔 보세요' 라는 개드립이 유행인데, 좀 진지빨고 이야기하자면 보쌈고기는 보쌈김치에 같이 싸먹어야 제맛이다. 황홀경에 빠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정신없이 먹어치웠는데, 다만 고춧가루가 많이 든 매운 걸 먹은 뒤면 늘상 겪는 포풍설사의 후유증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명령27호 컴백 공연을 본 직후, 너무 배가 고파 들어가기 전에 근처의 마포만두에서 뭘 먹고 가기로 했다. 양을 맞추기 위해 주문한 떡볶이는 좀 평범했고,
역시 인상에 남는 건 이 모듬만두 세트다. 개성만두도 이제 그 매운맛에 적응이 됐는지 그럭저럭 힘 안들이고(??) 먹을 수 있었고, 갈비만두의 독특함도 여전했다.
예전에 먹었던 걸 또 갈구하는 식탐은 이내 춘천까지 이어졌다. 다만 샘밭막국수는 갔을 때 하도 데인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해서, 대신 남춘천역에서 가까운 퇴계막국수를 택했다.
메뉴판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편육이 칠레산에서 국산으로 바뀌고 가격이 1000원 오른 게 눈에 띄었다. 그 외에도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해 어린이막국수 같은 메뉴가 생겼고, 옹심이를 막국수 외의 명물로 만들려고 하는 지 옹심이 메뉴도 세분화되었다. 하지만 혼자 온 뜨내기가, 그리고 막국수라는 간판을 찾아온 이가 선택할 것은 분명했다. 막국수 곱배기!
열무김치와 육수통을 먼저 내주는 건 여전했다. 다만 이번에는 열무김치에도 좀 손을 대봤는데, 쓴맛이 좀 강해 많이 먹지는 못했다. 가위? 안썼다.
겨자? 식초? 설탕? 간장? 다 안썼다.
육수는 왠지 그냥 퍼마시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일단 막국수에 쓸 거라 참았다.
막국수 곱배기. 이것도 참 반가운 재회였다.
우선 비비기 전에 육수를 한 세 국자 정도 자박하게 부어주고,
비벼먹으면 끝.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기본적으로 나오는 양념장 만으로는 좀 심심한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아예 겨자와 식초, 설탕을 기호에 맞게 넣어 먹으라는 설명 문구가 붙어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오히려 강원도 음식이 원래는 그다지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원리주의' 를 고수하게 된다. 하긴, 그 싱겁다는 을지면옥 냉면도 그냥 먹는데 뭐.
그렇게 춘천 막국수와 가진 재회도 끝났다. 과연 샘밭막국수 본점은 언제 찾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대부분은 회고전 분위기를 띈 처묵짤들인데, 물론 본문에도 언급한 부탄츄라던가 하는 새롭게 찾은 곳들도 몇 군데 있으니 이제 회고 분위기를 벗어나 개척자 정신(???)을 이어가도 될 것 같다. 일단 다음 식충잡설에는 부탄츄를 먼저 쓰고, 나머지는 페이스에 맞춰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